민주당, '귀책 책임론' 번복...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 공천키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11-02 11:33:07

 

김종인 “정직성 상실한 정당”...안철수 “스스로 도덕적 파산 선언”

더불어민주당이 귀책 사유 시 후보를 내지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데 대해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일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86.64%가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86.6%라는 압도적 찬성률은 재보선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당원의 의지 표출"이라며 "재보선에서 후보를 공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 부합한다는 지도부 결단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부산 시민, 성추문 피해 여성에게 거듭 사과한 뒤 "유권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체제 당시 정치 혁신의 일환으로 도입된 '무공천' 원칙은 5년 만에 폐기되게 됐다.


현행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당헌 대로라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현행 당헌 단서를 빌미로 한 당원 투표로 공천 길을 여는 방안을 찾아냈고 이날 당무위원회와 다음날 중앙위원회를 통해 속전속결로 당헌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 투표만 갖고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온당한 것인지 모두가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한 정당”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집 사장님들 모셔놓고, 중식과 일식 중 뭐가 낫냐고 물어보는 것이니 결과는 뻔할 것"이라며 "단언컨대 오늘로써 민주당은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의 공당으로서 사망 선고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래 속에 머리만 파묻으면 자기가 안보일 것으로 생각하는 타조처럼 책임지지 않으려고 당원 속에 숨었다. 정말 눈곱만큼의 양심도, 부끄러움도 없다"며 "스스로 도덕적 파산을 선언하고 진짜 적폐세력이라고 커밍아웃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서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 책임정치라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정말 책임이 무엇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라며 "민주당이 공천한다면 한국 정치를 더 떨어질 곳도 없는 막장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미래의 정책 비전 대결이 아닌 성폭력당 심판 선거로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 역시 전날 브리핑을 통해 “책임정치라는 약속어음을 발행하고는 상환기일이 돌아오자 부도내는 형태”라며 “어음발행 당사자는 뒤로 쏙 빠지고 어음에 보증을 선 당원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습은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친박신당 도여정 대변인도 "민주당은 국민정당이라기 보다 권력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는 조폭정치 집단"이라며 "박원순과 오거돈의 파렴치한 성추행 행각에 대한 책임을 당원투표 명분으로 희석시켜 서울부산 시민들을 기만하려는 민주당을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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