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사의는 레임덕 징후?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2-21 11:35:01
문재인정부 첫 검찰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현수 수석이 취임 두 달도 안 돼 두 차례나 사의를 표명한 것은 명백한 레임덕 징후다.
차관급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왕수석'으로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힌다.
민정수석은 검찰·경찰·국가정보원·감사원·국세청 등 5대 권력기관을 관할(管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고 국정 관련 여론과 민심 동향을 파악하는 것 역시 민정수석의 역할이다. 공직자 인사를 검증하고 감찰하기도 한다.
그런 자리에 있는 신현수 수석이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건 정권 내부 문제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곪았다는 것 아니겠는가.
정치권에선 신 수석을 박근혜정부 당시 임명 한 달 만에 사의를 표명한 최재경 전 민정수석과 닮은꼴로 보고 있다.
최 전 수석이 곳곳에 박혀 있는 ‘우병우 라인’ 때문에 한계를 느꼈듯, 신 수석은 ‘조국 라인’으로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여의도 장가에선 ‘진짜 민정수석은 조국’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 파문과 검찰 인사로 청와대 내에 조국 전 장관의 영향력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박범계 장관이 좋은 인사를 할 거라고 다짐하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까지 받았다고 말해놓고는 정작 인사의 뚜껑을 열어보니 ‘추미애 시즌 2’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렇다면 박 장관은 검찰 인사를 대통령이 아닌 누구와 상의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래서 주목받는 게 바로 ‘조국 라인’이다. 조국 전 장관은 문재인 청와대의 초대 민정수석이었다. 그때 ‘민정라인’뿐만 아니라 청와대 곳곳에 조 전 장관이 발탁한 인사들이 배치됐다. 여권 내부에서는 조 전 장관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윤석열 총장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물거품이 된 상태다.
즉, 검찰 인사를 조율하는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비롯해 민주당에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 힘빼기’를 밀어붙이고 있는 최강욱, 황운하, 김용민 의원 등 이른바 ‘친(親) 조국’ 세력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여권에서 ‘대통령 뜻보다 조국 라인의 뜻이 더 중요하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겠는가.
추미애 장관 시절에도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이 조국 라인에게 새나간 정황이 있었다. 지난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수사지휘권 발동 관련해 추 장관의 입장문 초안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특히 당시 입장문에는 검사들조차 생경한 말이지만 최 대표가 종종 사용해왔던 '수명자'라는 표현이 등장해 최 대표가 추 장관 메시지 작성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왜 이런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가족과 주변 인물 관련 문제들을 다뤘던 게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특히 검찰이 수사 중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문제는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조국 라인이 검찰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국 전 장관의 재판을 맡은 김미리 판사가 3년이 지났는데도 유임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발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정부 당시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하자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지휘한 수사, 자신이 행정권 수반이고 행정권의 중추를 이루는 검찰을 대통령 스스로 부정했다”며 “그러니 사임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지금 문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수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으니 신현수 수석의 사의는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최 전 수석이 물러나면서 박근혜 정권이 몰락의 길을 걸었듯, 신 수석의 사퇴로 문재인 정권이 몰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