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최재형, '역선택' 문제로 정면충돌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1-08-19 11:44:53
崔 측 "방지조항 필요"…劉 측 "당권 노리나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대선 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 전 원장 측이 "최근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이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유 전 의원 측이 "대권 말고 당권을 노리느냐"고 꼬집는 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9일 "토론회 참석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역선택 방지조항이 당 내홍의 또 하나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최재형 캠프의 전략총괄본부장 박대출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이슈브리핑을 통해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해 지난 16일 공표한 여론조사의 총 1007명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0여명이 범여권 지지자"라며 "이들에게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고 있어 심각한 역선택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결정지을 때 역선택 방지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 전 의원 측 권성주 대변인은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중도층, 수도권, 청년 등 이른바 '중수청'으로 확장하지 못하면 정권교체는 불가하다는 명확한 방향을 확인했음에도 역선택 방지를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대선주자로서 자신 없음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 측도 전날 공보특보단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 당 경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지지도를 올리겠다는 게 과연 상식적인 주장인가"라며 "유승민 후보는 민주당 후보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여론조사를 보면 유승민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자들보다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훨씬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국민의힘 후보면 적어도 당내 경선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려고 애쓰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후보들까지 직접 역선택 문제를 언급하고 나섰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론조사의 가장 핵심은 국민 뜻이 정확히 반영되는 것이 전제될 때 의미가 있다"라며 "(역선택 방지조항은) 선거와 경선의 신뢰성·공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도 최근 논평에서 "지상파 뉴스에서 보도된 한 여론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보다 범여권의 지지가 월등하게 높은 후보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범여권 성향의 전폭적인 지지가 모이는 결과를 두고, 역선택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자만 한정해서 경선하자고 하면 당원끼리 하고 치우지 왜 100% 국민 여론조사를 하겠느냐"고 반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최재형 전 원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만, 민주당 지지층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최종 경선룰이 확정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역선택을 허용하는 경선룰을 결정한 바 있다. 이준석 대표는 경준위가 해체되면 그런 서병수 의원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할 계획이어서 선관위에서 경선룰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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