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분권형 개헌’ 선언하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4-20 11:50:54

  주필 고하승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급기야 30%대 초반대로 폭락하면서 ‘레임덕’에 빠졌다.


아직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 엇비슷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지지율이 더 빠지면 그도 역대 다른 전직 대통령들처럼 당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실제로 6공화국이 들어선 1987년 이후 역대 정권 임기 말에는 어김없이 대통령의 ‘탈당’이 주요 화두가 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을 74일 앞두고 탈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탈당은 당시 김영삼 후보의 중립내각 요구, 김대중 후보의 탈당 요구로 이뤄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15대 대선을 41일 앞두고 탈당했다. 1997년 10월 이회창 당시 후보가 명예 총재인 YS에게 탈당을 요구한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16대 대선을 227일 앞두고 탈당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을 294일 앞두고 탈당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 탈당한 첫 대통령이다. 2003년 9월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 합류를 위해 첫 번째 탈당했고, 이후 2007년 2월 임기 말 두 번째로 열린우리당을 떠났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에서 사실상 쫓겨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제6공화국 출범 이후 처음으로 탈당 없이 임기를 마쳤지만, 그에게도 임기 말 새누리당 내에서 탈당 요구가 일었다. 다만 당내 차기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동조하지 않아 당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를 끝마치지 못한 채 파면됐다. 2017년 3월 10일, 재판권 전원일치로 탄핵 소추안이 인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전 의원 등 당시 여권 유력 대선 주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었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도 잇따를 것이다.


이처럼 매년 5년마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면 이는 현재의 권력 구조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1987년 개헌을 하면서 대통령 ‘직선제’와 임기를 ‘5년 단임제’로 결정했다.


이게 비극의 시작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지 못하고, 단지 선출 방식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임기는 연임을 제한하고 단임제로만 바꾼 게 문제였다. 한마디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체제’에 대해선 손조차 대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개헌이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어쩌면 1987년 개헌 당시 각 정파의 수장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었는데, 세 사람이 자신들이 5년식 돌아가면서 제왕적 대통령을 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대통령 체제를 바꾸지 않고 5년 단임제에 합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 세 사람은 물론 이후 역대 대통령 모두가 불행한 임기 말을 보내야 했다.


이런 잘못된 권력 구조 시스템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이제는 87년 낡은 체제를 손질할 때가 됐다.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분권형 개헌을 선언하고, 여야 차기 대선 주자들이 이를 약속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절감했을 것이다.


설사 자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6공화국 역대 대통령들처럼 불행한 임기 말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은 자신이 당선되면 임기를 1년 줄여서라도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분권형 개헌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수준 낮은 국회의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대선주자 한 사람이 공천을 좌우하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 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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