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석열, ‘언론중재법’ 놓고 장외 격돌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1-08-22 11:51:21
윤 전 총장 “군사정권 시절 사전 검열과 다를 바 없다”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장외에서 격돌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정안은 언론의 낮은 책임 수준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은 매우 높다. 그러나 언론의 책임 수준은 매우 낮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는 위헌이라고 강변하고 성사되면 형사사법체제가 붕괴한다고 공포 마케팅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들이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보도의 피해를 구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자 똑같이 이 법이 위헌이고 언론의 자유가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징벌적 손해배상 등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에서 그 제도가 위헌 결정을 받았다거나 언론의 자유가 붕괴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라고 부연했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방침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윤 전 총장은 법 개정 내용이 군사정권 시절 사전 검열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부패 은폐의 자유가 진심이냐"고 추궁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집권층이 언론중재법을 10번 개정해도 국민의 미움을 사면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어떠한 시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른바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 정권이 백주 대낮에 이런 사악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재갈법"이라며 "이 법이 시행된다면 기자들은 모든 의혹을 스스로 입증할 때까지 보도하지 못함으로써 권력 비리는 은폐되고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 방침에는 권력 비판 보도를 막으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봤다. 윤 전 총장은 "이 정권이 무리하고 급하게 이 언론재갈법을 통과시키려는 진짜 목적은 정권 말기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아 집권연장을 꾀하려는 데 있다"며 "국민을 위한 것처럼 포장해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시키자, 정권 비리 수사가 급속도로 줄었다. 정권 말에 비리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비리 수사가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또 법 개정으로 언론 보도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은 "권력 비리를 들춰낸 언론사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수십억원을 토해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마당에 언론사와 기자의 취재가 위축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며 "반복적 허위 보도라는 주장이 제기되면, 고의·중과실이 추정된다. 언론사가 법적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보자가 노출돼야 한다. 그렇다면 권력자의 은밀한 비리 제보를 무서워서 누가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권력자나 사회 유력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사전에 차단할 길까지 열었다. 군사정부 시절의 정보부와 보안사 사전 검열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민께서 아시다시피 이상직 의원이 이 법을 앞장서 발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권력의 부패를 은폐하려는 이 법의 목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 대통령이 기자협회 창립 47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다, 누구도 언론의 자유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점도 거론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께 묻는다.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이냐? 언론의 자유냐? 아니면 부패 은폐의 자유냐"며 "대통령께서는 진정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한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추진을 당장 중단시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언론의 명백한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물적·정신적 피해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언론중재법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다.
야권, 언론단체와 법조계, 학계는 물론 외신에서도 '반민주 악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이 가짜뉴스 피해를 구제하려는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최종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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