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부산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에 후폭풍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11-03 12:00:32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일 전당원투표의 유효성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한 당헌개정 작업을 강행하고 있는 데 대해 당 안팎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보선 공천의 '걸림돌'이던 당헌 제96조 2항에 대한 개정안 처리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를 맡고 있던 2015년, 당 혁신위 주도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던 조항을 개정해 내년 보선에 민주당 후보를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 소속이었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모두 '중대한 잘못'에 해당하는 성범죄 등으로 물러나면서 발생한 내년 서울 부산 보선에 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당헌 개정을 통한 보선 공천 여부를 '전당원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만 민주당이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실시된 전당원투표 결과 86.64%가 당헌 개정을 통한 보선 공천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으나 다시 '절차적 하자' 논란에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다.
지도부 직권에 따라 ‘일방통행’으로 진행된 전당원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권리당원 80만3959명 중 21만1804명(26.35%)에 그치면서 발의서명인 수 100분의 10을 충족해야 하는 전당원투표 성립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공보국은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번 전당원투표는 당 지도부가 직권으로 실시한 투표로서 당규에 명시된 ‘권리당원 청구’로 이뤄지는 투표와는 별개”라며 “유효투표(3분의 1이상의 투표) 조항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이번 전당원투표는 의결을 하는 절차가 아니고 의지를 묻는 것"이라며 "압도적으로 당헌개정을 통해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의지를 모은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소속 단체장의 성비위로 발생한 보궐선거 공천을 강행하는 데 전당원투표가 ‘명분’이 된 상황에서 저조한 투표율과 절차적 하자 논란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투표율 26.35%로 요건을 못 갖춰 폐기해야 하는데도 단순히 여론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또 말을 바꿨다”며 “이건 여론창작”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끝까지 토론하고 하겠다고 했는데 입장을 묻는데도 말씀이 없다”며 “이런 당헌 개정 절차가 대통령의 뜻에 맞는 것인지, 요건을 갖춘 것인지 답변해 달라”고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무공천' 약속 번복을 ‘책임정치’ 실현이라고 해명하지만 당 지도부가 ‘후보 공천’ 입장을 정하고 전당원투표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데 대해 ‘책임정치의 배반’이라는 당내 비판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노무현정부에서 첫 정무수석을 지낸 ‘원조 친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왜 이렇게 탐욕스러워지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명분이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전날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당헌을) 지금 와서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명분과 실리 중에 정치는 명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당 대표로서 해당 당헌을 만들 당시 논쟁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저도 그 당헌을 만들 때 현역 의원이었지만 당시에는 논쟁이 없었다. 아무도 이야기한 사람이 없었다"며 "(당시) 당이 어려워지니까 명분이 워낙 강했다. 상대 당이 후보를 낼 때 내지 말아야 한다고 해왔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대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인데, 아무 이의 제기 없이 헌법(당헌)을 정해놓고 단 한 번도 실행하지 않고 저렇게 뒤집는 것은 너무 명분 없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15 총선 당시) 비례위성정당을 저쪽(야당)에서 만드니깐 '아주 천벌 받을 짓'이라고 해놓고 (여당도) '천벌 받을 짓'을 했다. 이번 당헌·당규를 뒤집은 것도 마찬가지"라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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