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카나리아, 단독경보형감지기
인천 미추홀소방서 도화119안전센터 권기철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0-11-25 20:03:29
카나리아는 광부의 생명줄이다. ‘끝장’ 혹은 ‘갈 데까지 갔다’는 의미인 ‘막장’은 광산의 끝을 가리키는 말이다. 광산은 막장에 다다를수록 산소가 적어지고 유독가스는 많아진다. 그런데 광부는 스스로 무색무취인 유독가스를 감지할 수 없다. 그래서 옛날에는 막장으로 향할 때 인간보다 메탄이나 일산화탄소에 더 민감한 새, ‘카나리아’를 데려갔다. 카나리아가 지저귀다가 강하게 반응하거나 죽으면, 갱 안에는 유독가스가 가득 찼다는 증거다. 이 표시로 광부는 위험상황을 알고 대처할 수 있었다. 광부에게 카나리아는 생명줄이었던 셈이다. 가정에서도 위험상황을 알리는 ‘카나리아’가 있다. 바로 단독경보형감지기가 그것이다. 화재가 일어날 때 인명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연기와 유독가스의 흡입이다. 이 때문에 화재가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 상황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런데 온가족이 잠자고 있는 새벽에는 화재가 일어나도 금방 알아차리기 어렵다. 실제로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8년간 주택화재로 일어난 사망자 중 33%가 수면 중 유독가스 흡입으로 사망했다. 화재가 발생해 유독가스가 온집안에 가득 찼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설치돼 경보기가 울려서 대피했다면 인명피해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면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나 줄어들까? 실제로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미국은 2010년까지 주택감지기 보급율을 96%까지 높였다. 그 결과 화재로 숨지는 사람이 20년 전보다 56%나 줄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단독경보형감지기 보급률이 35%에서 88%로 증가하자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절반 이상 줄었다. 그만큼 단독경보형감지기의 효과가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르다.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 의무화가 2012년에 시행됐음에도 설치율이 여전히 50%가 채 되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가정의 카나리아’,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자.
|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