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위급 조성길 한국 망명...남북관계 악재될까?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10-07 13:38:38
지난 해 7월 부부 입국 확인돼...북, 아직까지는 '침묵'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조성길 전 이탈리아 북한 대사 대리의 한국 거주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2018년 11월 이임을 앞두고 부인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잠적한 조 전 대사대리는 8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왔다.
1997년 황장엽 대남비서에 이어 북한의 최고위급 망명으로 꼽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와중에 공개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조 전 대사대리는 아버지와 장인이 모두 북한에서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으로 엘리트 외교관을 배출한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했다.
특히 업무 특성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른바 백두혈통의 사치품 구입망 등을 알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인물이어서 북한 지도부로서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당혹스러울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매체는 아직까지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조만간 조 전 대사대리와 우리 측을 겨냥해 비난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 전 대사대리의 개인 비리나 우리 정부의 협박, 납치 등을 운운하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6년 망명한 태영호 의원에 대해 '인간쓰레기' 등의 맹비난을 가했고, 황장엽이나 콩고 주재 북한 대사관 1등 서기관이었던 고영환 망명 때도 같은 행태를 보였다.
더구나 정부가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공개된 만큼, 남북관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조 전 대사대리가 잠적 이후 미국의 보호를 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외교 소식통을 통해 “조 대사대리가 (공관 이탈 직후) 이탈리아 정보기관들에 도움과 보호를 요청했고 현재 미국 망명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8월 국정원은 조 전 대사대리에 대해 “이탈리아를 떠났고, 어디인가에서 신변 보호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때는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던 시기다.
조 전 대사대리는 망명 당시 딸을 데리고 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에 남겨진 딸이 강제 북송설이 돌기도 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해 2월 조 전 대사대리의 딸(당시 17세)이 자발적으로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조 전 대사대리 부부 입국이 1년 넘게 밝혀지지 않았던 이유는 이들 부부뿐 아니라 딸의 신변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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