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래도 ‘포퓰리즘’이 아닌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02-02 13:39:57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세금으로 경기도민의 환심을 사고,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재정을 ‘박박’ 긁어모아 마련한 1·2차 재난기본소득 재원은 모두 2조 7000억 원으로, 결국 이 돈은 앞으로 경기도민들이 14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갚아 나가야 하는 빚으로 남게 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주자로서의 정치적 효과를 위해 미래 세대가 써야 할 돈을 마구잡이로 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민 1인당 10만 원씩 지역 화폐로 지급하겠다는 2차 재난지원금 이야기가 나온 이후 대선주자로서의 이 지사 상승세가 가파르다.
1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무려 5.2%p나 상승해 1위에 올랐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률은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리얼미터 정기 조사에서 이 지사가 단독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23.4%로 지난달보다 5.2%p 상승했다. 지난달 1위였던 윤석열 총장은 5.5%p 하락하며 18.4%를 기록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이 대표는 4.6%p 하락하며 13.6%를 기록해 3위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1인당 10만 원이라는 ‘재난지원금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한마디로 ‘포퓰리즘’, 즉 돈으로 표를 긁어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지사는 ‘포퓰리즘이 아니라며 ‘펄쩍’ 뛴다.
이어 “주민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도로포장 같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아끼고 모아 시민들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연 이 지사의 이 같은 해명은 사실일까?
아니다. 명백한 거짓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지급한 1차 재난기본소득 비용은 1조3430억원, 올해 설 이전에 모두 지급하기로 한 2차 재난기본소득 비용은 1조 4035억원이다.
이 중 지역개발기금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끌어온 금액은 총 2조원으로 1·2차 재난기본소득 전체 재원의 75%가량을 차지한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아끼고 모아 마련한 재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끌어온 돈은 반드시 상환해야 한다.
그 상환 기간이 무려 14년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25일 도 의회에서 상환 기간을 설명하면서 오전에는 ‘3년 거치 5년 상환’으로 보고했다가 오후에 부랴부랴 다시 상환 기간을 14년으로 연장했다. 그 짧은 기간에는 매년 상환해야 할 돈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환 기간이 연장되는 만큼 미래 세대에게는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따라서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이 지사의 해명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4년부터 2027년까지는 매년 2000억원을 지역개발기금에서 다시 빌려 기존 채무를 갚는 ‘차환’ 방식까지 도입했다. 한마디로 새로 빚을 내 기존의 빚을 돌려막은 뒤 추후 다시 빚을 갚겠다는 것으로, 개인이 ‘카드 돌려막기’하듯, 그런 식으로 빚을 갚아 나가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그 빚을 이재명 지사가 갚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임기가 내년 6월 완료되는 이재명 지사는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만료 전 지사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자신이 남긴 어마어마한 빚을 차기 도지사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셈이다.
자신은 ‘펑펑’ 써대고, 후임 지사는 그 빚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극단적인 긴축재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전혀 과하지 않다. 이 지사는 오로지 돈으로 표를 모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정책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게 참다운 정치 지도자의 모습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이재명 지사의 해명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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