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회사 도로에 대표 비방 페인트칠 무죄"
'특수손괴 유죄' 원심 파기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0-04-13 14:29:41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회사의 부당노동 행위에 반발하며 사내 도로에 페인트로 회사 대표를 비방하는 글 등을 쓴 노조원들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수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성기업 소속 직원 A씨 등 15명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등은 2014년 10월 충남 아산 유성기업 내 도로에 페인트와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대표에 대한 욕설 및 비방글을 기재해 도로를 망가뜨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재판에서 페인트칠로 도로를 통행하는데 물리적인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으며 원상회복하는데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이들의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유성기업 공장 내부의 미관이 훼손된 점, 유성기업이 외부업체에 복구를 부탁해 90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든 점을 종합해 보면 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페인트 등으로 문구를 기재한 행위는 도로의 효용을 해치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산업 현장에 위치한 도로의 주된 용도와 기능은 사람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데 있고 미관은 그다지 중요한 작용을 하지 않는다. 또한 여러 문구 때문에 통행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지도 않았다"며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문구에 회사 임원들의 실명과 모욕적인 내용이 여럿 포함됐지만, 그 문구로 인해 불쾌감, 저항감 등을 느껴 이를 본래 사용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A씨 등의 모욕 혐의에 대해서도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1·2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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