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김기춘·조윤선 파기 환송
大法 "직권남용 유죄··· 강요 혐의는 무죄"
황혜빈
hhyeb@siminilbo.co.kr | 2020-02-13 15:02:38
[시민일보 = 황혜빈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화이트리스트)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강요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했지만, 강요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자금지원 요구가 강요죄가 성립될 만큼의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전경련에 보수단체 자금 지원 현황을 확인한 행위 등이 의사 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겁을 먹게 할 정도(해악의 고지)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전경련 관계자들의 진술은 주관적이거나, 부담감·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자금지원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 지원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은 지난 1월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직권남용죄 법리에 따른 것이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를 따질 때 ‘직권을 남용할 것인지’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 모두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전경련 부회장은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직권남용 행위로 인해 해당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김 전 실장 등은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과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모두에 대해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1·2심은 김 전 실장에 징역 1년6개월을, 조 전 수석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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