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꼭두각시 정당’, 묘수냐 추태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0-02-04 15:29:08
주필 고하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끝내 ‘꼭두각시 정당’을 만든다고 한다.
놀부 심보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를 뜯어고쳐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현행 낡은 제도 아래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집권당과 제1야당의 반대로 이 제도는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도입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이 도화선이 되어 비록 부족하나마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힘겹게 통과됐다.
이로 인해 지역구에서 강세를 보이는 집권당과 제1야당 같은 패권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소수정당에게 내어주고 그들이 소외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황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그야말로 꼭두각시 정당인 비례전문당을 만들어 소수를 대변하는 정당에게 돌아갈 몫까지 싹쓸이하겠다는 놀부 심보를 드러내고 말았다. 쌀 백석을 지닌 부자가 가난한자에게 남은 마지막 한 석마저 빼앗아 굶어 죽게 만든 뒤 그들의 작은 토지마저 강탈하겠다는 탐욕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한국당에 돌아갈 의석수가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다.
황교안 대표의 그런 꼼수에 대해 국민 과반이상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비례의석수를 늘리는 대신 여야 접전지역인 수도권 지역 출마자들이 유탄을 맞을 게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고작 5% 내외로 당락이 갈리는 지역에서 꼭두각시 정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어떤 작용을 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황 대표가 ‘국민의 밉상’으로 낙인찍힐 뿐, 그로 인해 얻는 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역사는 황 대표가 만드는 비례전문당에 들어가는 현역의원을 ‘황교안 꼭두각시 정당 출신 의원’으로 기록할 것이다. 어차피 정계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선교 의원이야 그런 기록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번엔 부득이 불출마하더라도 차기 출마를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누가 그런 부끄러운 흔적을 남기려 하겠는가. 그가 정치를 하는 내내 ‘꼭두각시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을 것이고, 사실상 정치인에게 있어서 그건 사망선고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말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추악한 행위에 가담할리 만무하다.
실제 꼭두각시 정당에 황 대표가 구상하는 것처럼 현역 의원들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한국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수통합신당은 지역구에만 출마하고 비례를 내지 않아야 하는데 현재 혁통위에 참석하고 있는 다른 세력들이 그걸 용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비례전문당이 비록 꼭두각시 정당이긴 하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한국당과는 별개 정당이기 때문이다. 양당이 각각 별도의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체적으로 후보들을 내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혁통위에 참여하고 있는 새로운보수당 등 여러 정당과 단체들은 다른 정당인 비례전문당에 자신들의 비례대표 몫을 요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즉 황교안 대표의 측근인 한선교 비례전문당 대표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서 비례대표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아마도 황 대표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비례전문당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를 새보수당이나 이언주 의원의 전진당 등이 알게 되면 그대로 묵인하고 넘어가 줄까?
모르긴 몰라도 ‘펄쩍’ 뛰면서 사생결단의 의지로 창당을 저지하거나 설사 창당 됐다고 하더라도 무력화 시킬 것이 불 보듯 빤하다.
따라서 통합신당 창당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황교안 대표의 꼭두각시 정당 창당이라는 추악한 꼼수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묘수’라고 생각해낸 비례정당 꼼수가 세상에 웃음거리만 제공한 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란 말이다. ‘묘수는커녕 추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란 때로는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일 때 아름다운 법이다.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가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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