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문화유산 인근 규제 완화’ 서울시 조례 개정 적법” 선고
서울시 “‘세운 4구역 재개발 사업’ 탄력...145m 고층 빌딩도 가능
시의회 “자치입법권 확대에 도움되는 판결...대법원에 경의 표해”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 2025-11-06 09:41:33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의 재정비 계획 변경으로 ‘왕릉뷰 아파트’ 재현 우려가 나오는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 세운 4구역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유산법(옛 문화재보호법)상 시ㆍ도지사는 지정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해야 한다.
이에 근거한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는 보존지역 범위를 ‘국가지정유산의 외곽경계로부터 100m 이내’로 정했다.
문제는 2023년 9월 서울시의회가 ‘보존지역 바깥쪽’에서의 건설공사를 규제한 해당 조례 19조 5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조항은 ‘보존지역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이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보다 포괄적인 과도한 규제라는 게 당시 서울시의회 결정의 배경이었다.
당시 문화재청은 해당 조항 삭제가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고 맞섰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관련 조례를 개정하려면 문화재청장과 협의해야 함에도 서울시의회가 일방적으로 조례를 개정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장의 요청에 따라 문체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재의를 요구하게 했으나, 오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개정 조례가 공포되며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조례 무효 소송은 대법원의 단심 재판으로 진행되며, 이번 선고는 소송 제기 약 2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이번 소송은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변경됐다. 최고 높이 145m에 이르는 고층 빌딩이 들어설 길이 열린 셈이다.
문화계 안팎에선 종묘 경관 훼손 우려가 나왔으나 서울시 측은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밖에 있으므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존지역 바깥 범위에서의 건설공사를 규제하는 문제의 조항이 2023년 10월 사라져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 추진을 위해 규제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라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 추진과정에서 여러 차례 국가유산청의 심의를 받아왔는데, 그 과정에서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9년간 총 13차례에 걸쳐 문화유산 심의를 받으며 높이가 50m 축소되고 사업 동력을 잃어 장기 지연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쟁점은 해당 조항을 삭제한 조례 개정이 ‘법령우위원칙’(법이 조례보다 위에 있다는 원칙) 위반 여부다.
그런데 이날 대법원 1부는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대해 문화체육부장관이 제기한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서울시의회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협의하지 않고 국가유산 보존에 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은 입장문에서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을 넓게 인정하는 판단을 내려 준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며 “서울시의회가 주민의 일상을 편안하게 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입법을 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법 개정에 나서고 있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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