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나경원, ‘김나연대’냐 ‘반안연대’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2-08 10:09:00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 의원 측은 8일 “사실상 김 후보를 지지 선언한 것”이라며 ‘김나(김기현-나경원)연대’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나 전 의원 측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려워서”라며 ‘반안(안철수 반대)연대’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앞서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은 전날 서울 덕수궁 인근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앞서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은 전날 서울 덕수궁 인근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나 전 의원은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 또 애당심 그리고 충심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현장은 그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기자들이 볼 때 서로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썩 내키지 않는 속내들이 표정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도 김기현 캠프 윤희석 공보총괄본부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 "결국은 두 분이 목표가 하나라는 거죠. 하나의 목표가 있는데 그 목표를 향해서 뜻을 모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나연대’가 성사됐다는 의미다.
반면 나경원 전 의원 측을 대변하는 박종희 전 의원은 같은 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나 전 의원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기 어렵다"라며 "그건 어떻게 보면 안 후보의 책임"이라고 했다.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김기현 후보의 손을 잡았다는 것으로 ‘나김연대’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되레 ‘반안연대’에 가깝다.
최근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직을 사퇴한 신평 변호사도 “반안철수 연대를 확실히 표방한 것”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은 현재 당협위원장으로 있으니 경선에 관여해서는 안 되지만 나 전 의원은 어떤 형태로든 간에 김기현 후보를 도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조급증 탓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안철수 의원을 향해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홍 시장은 전날 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 어느 당에 가도 사실상 겉돌았다"라며 "우리 당에 들어왔으면 안착할 준비를 하는 게 맞는데 과욕을 부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딱하다”고 했다.
입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한 공로를 앞세워 ‘윤안연대’라는 등 윤심을 강조하며 당 대표가 되려는 것은 욕심이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후보는 자신이 당을 만들었다가 당권을 잡지 못하면 조급증에 곧바로 그 당을 깨버리고 다시 신당을 만드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해왔다. 그로 인해 신뢰가 가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그건 본인의 잘못으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이번에는 달라야 했는데, 역시 그 조급증을 버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당권 장악에 나서는 오류를 범했다.
신평 변호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지금 당 대표 도전을 하는데 이 도전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우리가 살펴봐야 한다"라며 "안 후보의 당 대표 도전은 임기 1년도 안 된 현재 권력에 안 후보의 미래 권력이 도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필자 역시 차기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해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래서 당 대표 출마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안 후보는 마치 ‘양손에 든 떡’처럼 두 개 모두를 가지겠다는 뜻인지 이런 조언을 귀담아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로 인해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당원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수도권 출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은 안철수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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