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혐의, 정치적 문제 아닌 사법적 문제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4-09-29 11:09:20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이 대표의 정치생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2월 검사 사칭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병량 전 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이재명 변호사를 주범으로 몰기 위한 김 시장과 KBS 간의 야합이 있었다'라는 취지의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이 대표 뜻대로 위증한 혐의로 함께 재판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1시간가량 진행하고, 검사의 구형 및 구형 의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서증조사에 대한 변호인 의견을 들은 뒤 이 대표와 김진성 씨의 최후 진술을 들은 후 공판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상 선고는 결심 공판 이후 1~2달 이내에 이뤄진다. 이에 따라 이르면 10월 말 또는 11월에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위증교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물론 법적으로는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 형을 선고받더라도 대선일인 2027년 3월 전까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이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는 거라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어 대선 행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단일대오를 외치는 친명계에 맞서 4·10 총선에서 원외로 대거 밀려난 비명계가 세력화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지휘했던 박상용·강백신·엄희준·김영철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지난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청문회에 이어 다음 달 2일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조사 청문회가 민주당 주도로 열리는 것은 모두 그런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민주당의 최후 몸부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 무고죄’와 ‘법 왜곡죄’ 신설도 마찬가지로 이재명 방탄 법안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이 대표는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백현동 개발 사업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라는 취지의 거짓말을 하고,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선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모른다'라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0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선법의 경우는 벌금 100만 원만 선고받아도 의원직을 상실하고, 차기 대선에도 나올 수 없다. 설사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정치생명을 이어가더라도 그건 사망 선고받은 환자가 연명 치료하는 것에 불과해 당 차원에서 방탄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증교사와 공선법 재판 이후에는 그보다 더욱 중한 범죄혐의인 대북송금 의혹과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의혹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이재명 대표가 법을 잘 아는 변호사 출신의 ‘법꾸라지’라고 해도 이 모든 혐의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자적 법망을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장소를 대관해 촛불승리전환행동이 '탄핵의 밤' 행사를 열게 해준 것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1월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 등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도저히 무죄를 받을 길이 없는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해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으로 헌정을 위태롭게 하려는 '빌드업(Build-up)'이라는 의심을 받는 건 그런 연유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사법적 심판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다면, 국민이 그걸 용납하겠는가.
설사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 비판 여론이 비등하더라도 그 문제와 이 대표의 사법적 심판은 별개다. 누구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게 사법적 정의다. 그걸 정치적으로 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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