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특검 논의에 나서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2-12 11:10:08

  주필 고하승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자살 당했다”라는 표현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아마도 ‘몸통’인 윗선을 감추기 위해 실무 책임자가 ‘꼬지 자르기’ 식으로 자살을 강요당했다는 의미로 누리꾼들이 그런 표현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유한기씨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2인자라는 의미로 ‘유투’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그런 그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사직서를) 써주십시오. 왜 아무것도 아닌 걸 못 써주십니까”라고 수차례나 요구했다. 그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황 전 사장 사퇴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면 직권남용에 강요 혐의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를 입증할 중요한 증인 가운데 한 사람이 유씨가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자살 당한’ 것이다.


검찰이 좀 더 빨리 그를 구속했더라면 한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이대로 검경 수사에 맡겨선 안 된다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을 찬성하는 의견이 과반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한목소리로 특검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 방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본인 혐의가 드러난 부분을 빼고 하자는 엉뚱한 주장으로 이 문제가 앞으로 진척이 못 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꾸 나에게 불리한 것 빼고 상대방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것만 하자는 것은 결국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며 "윤 후보 관계된 부분만 빼고 하자? 이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전모에 대해서 신속하게 여야 간 합의를 해서 특검을 통한 수사가 합의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웬만하면 상대 당 후보에 대해서 이런 식의 표현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이 후보 발언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고, 공약이 뭔지도 모르겠다. 매일 바뀌니까"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검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서 하자고 한 게 언제인가"라며 "180석 당에서 빨리 야당과 특검법 협상에 들어가든지, 말장난 그만하고 빨리하자"라고 다그쳤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재명 후보는 특검받겠다고 ‘호언장담’하는데,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요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특검을 ‘100% 환영’ 한다며 윤석열 후보의 조속한 답변을 요청한 지 수일이 지났다. 윤석열 후보는 즉답했지만, 오늘까지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본심은 특검을 받을 의사가 추호도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특검 상정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실제로 여당은 그동안 특검의 시기와 대상 등을 놓고 야당이 양보하지 않는다면서 본격적인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여당이 특검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당 내부에서 여전히 특검 도입의 유불리에 대한 복잡한 속내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이 관여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재명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특검 논의 거부”라는 황당한 모습이 연출되는 건 이런 연유다. 어쩌면 “특검을 반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국민 여론 탓에 이 후보와 민주당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말장난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특검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찬성한다면 즉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특검 도입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국민이 알고자 하는 건 진실이다. 대장동 게이트 ‘몸통’이 이재명 후보인지 아닌지 그것이 알고 싶을 뿐이다. 특검으로 불행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 걸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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