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2강 탈락, 한국 축구가 잃은 것은 신뢰다!

- 공익탐정의 눈으로 본 대한축구협회의 과제 -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6-06-29 11:12:37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32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국민적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축구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탐정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면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왜 졌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대표팀의 방향을 결정했는가. 그 과정은 기록으로 남아 국민에게 설명될 수 있는가.

탐정은 먼저 결론을 정하지 않는다. 흩어진 사실을 모으고, 절차를 확인하며, 자료와 이해관계를 종합한다. 사람을 의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32강 탈락을 둘러싼 국민의 분노도 경기 결과 자체보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다. 최선을 다한 패배는 다시 응원할 수 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에서 비롯된 실패는 신뢰를 무너뜨린다.

국가대표팀은 특정 단체나 일부 축구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경기에 나서며, 국민은 승패를 함께 기뻐하고 아파한다. 대표팀 운영에는 국민의 응원, 기업 후원, 공적 지원, 선수들의 헌신이 결합되어 있다. 그렇기에 대한축구협회는 단순한 민간 스포츠 단체를 넘어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공공적 성격의 조직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문제는 이미 여론의 차원을 넘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에서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 승부조작 관련 사면 추진 등 여러 사안의 부적정성을 지적했다. 협회가 이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도 2026년 4월 23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끝났다. 재판부는 문체부의 조치와 징계 요구가 재량권 범위 안에 있다고 보았고, 감독 선임 과정에서 추천 권한이 없는 인사가 절차에 관여해 이사회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약화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주목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권한과 절차, 기록과 책임이었다. 이것이 탐정학이 말하는 사실 확인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곧바로 단죄하자는 것이 아니다. 법원 판결과 감사 결과는 스포츠 행정에도 기록, 권한, 절차, 책임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판단할 때 증거와 절차를 중시하듯, 국민적 영향력이 큰 협회도 의사결정의 근거를 남기고 사후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은 시간이 지나도 의혹으로 남고, 의혹은 다시 불신을 낳는다.

결국 관건은 감정과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사실을 검증하는 전문적 사고다. 필자가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는 국내 유일의 탐정학 학사학위 과정으로서 공익탐정론, 탐정윤리론, 탐정정보론 등을 통해 합법적 사실 확인과 절차적 정당성, 조직 투명성을 분석하는 탐정학적 사고를 교육하고 있다. 현대 탐정은 낡은 흥신소 이미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적 논란 속에서 감정과 주장에 가려진 사실을 정리하고, 제도적 공백과 재발 원인을 찾는 사회적 Fact Finder로 발전해야 한다.

공익탐정의 역할도 이 지점에서 확장된다. 경찰처럼 강제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자료와 합법적으로 확보 가능한 자료를 분석하고 절차와 이해관계를 정리해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사실의 구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조직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공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민간 전문 역량의 활용이다. 공익탐정의 눈은 비난의 눈이 아니라 사실과 절차를 다시 맞추는 점검의 눈이어야 한다.

다만 축구 행정의 문제는 회장이나 감독 한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감독을 교체하고,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사과문을 내는 방식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 구조가 폐쇄적이고,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외부의 합리적 점검을 부담스러워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면 실패는 이름만 바꾸어 다시 찾아온다. 조직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먼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용기가 빛났던 순간이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도 단순히 4강이라는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름값보다 실력을 보았고, 관행보다 원칙을 앞세웠으며, 기존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대표팀을 새롭게 세웠다. 지금 국민이 다시 히딩크를 떠올리는 것은 과거의 영광이 그리워서만이 아니라, 원칙과 실력,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던 시스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기도 하다.

원칙이 작동하는 시스템에 대한 갈망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 FIFA는 2016년 이후 거버넌스 개혁을 추진하며 투명성과 책임성, 견제와 균형을 운영 원칙으로 강조해 왔다. 영국도 구단의 재정 불안과 운영 부실, 팬 신뢰 훼손이 누적되자 2025년 축구 거버넌스법 FGA를 제정해 독립 축구규제기구 IFR를 설립했다. 축구를 단순한 흥행 산업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팬, 국가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자산으로 본 결과다. 우리도 축구 행정을 협회 내부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공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외부 점검은 권위를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다. 오늘날 축구에는 VAR가 있다. 심판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라 오심을 줄이고 경기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장치다. 조직 운영도 다르지 않다.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합리적 점검은 협회의 권위를 흔드는 일이 아니라 국민이 협회를 다시 신뢰하게 만드는 안전장치다. 축구 경기장 안의 판정만 공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밖의 행정도 공정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감독 선임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전력강화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후보 평가자료와 회의록은 합리적 범위 안에서 관리되어야 하며, 이해충돌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사회가 형식적 통과 절차로 전락하지 않도록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하고, 대표팀 실패 이후에는 경기력 평가뿐 아니라 행정 절차와 의사결정 과정까지 포함한 종합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희생양도, 완벽한 승리도 아니다. 공정하게 경쟁했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책임 있게 운영했다면 패배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공정성을 잃은 조직은 이겨도 존경받기 어렵고, 책임을 회피하는 조직은 져도 용서받기 어렵다. 이번 32강 탈락은 한국 축구가 무엇을 잃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책임론보다, 실패의 경로를 기록으로 복기하고 다음 세대 대표팀 운영에 반영하는 제도적 학습이다. 성적 부진의 원인 분석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의사결정의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탐정학은 사람의 잘못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여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학문이다. 공익탐정은 객관적 사실 확인을 통해 조직과 사회가 다시 제자리를 찾도록 돕는 전문가다. 경기에는 VAR가 필요하듯, 우리 사회에도 Fact Finder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가 국민 앞에 다시 당당히 설 수 있는 길은 변명보다 쇄신이고, 폐쇄성보다 투명성이다. 이번 탈락이 한국 축구의 끝이 아니라, 더욱 공정하고 책임 있는 축구 행정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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