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연 후반기 국회, 곳곳이 ‘전쟁터’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7-24 11:25:40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21대 하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며 입법 개점휴업 상태가 53일 만에 해소됐지만, 여야 간 힘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후속조치(법사위), 경찰국 신설 이슈(행안위), 공영방송 이슈(과방위) 등 다양한 상임위에 걸쳐 여야 간 극한 대립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들이 잠복해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자 여당은 “엄정 대처”를 주문한 반면 야당은 “정당한 항의”라고 옹호했다.
윤 후보자는 24일 류 서장에 대해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 근무를 명했다. 또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보임했다. 류 서장은 전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전체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용납되기 어렵다. 정부는 사상 초유의 경찰서장 집단행동에 대해 엄중 대처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경찰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고 경찰국 설치와 수사의 중립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경찰서장들이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정부 정책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새 정부 행정에 서장들이 상부의 지시까지 어겨가며 집단행동을 한 것에 다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경찰 출신인 재선의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후배 경찰관들에게 호소한다. 어떤 경우든 집단행동은 안 된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이유는 단 하나다.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며 ‘권력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라는 뜻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위협이자 협박’이라며 국민의 우려와 경찰의 정당한 항의를 묵살했다”며 “이는 기어코 국민에 봉사하는 경찰이 아닌 권력에 충성하는 경찰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경찰국 설치는 헌법 정신에 역행하는 권력기관의 사유화 시도”라며 “전두환을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 잘했다’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진짜 본심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던 법제사법위도 시작부터 전운이 감돈다. 전반기 국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검수완박 후속조치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정면충돌이 벌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 문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야권의 공세, 검찰 인사 논란 등의 이슈가 겹칠 경우 법사위는 이번에도 ‘전쟁터’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재선의 정점식 간사를 필두로 박형수·유상범·장동혁·전주혜 의원 등 판·검사 출신 의원들로 진용을 짜고, 전반기에 법사위에서 활동했던 조수진 의원 등을 투입했다. 민주당은 당내 전략가로 꼽히는 기동민 의원이 간사를 맡고 전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던 3선의 박범계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최전선에 섰던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국방위와 정보위, 외통위를 중심으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어민 북송사건’을 둘러싼 여야간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의혹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데다, 남북문제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관련 상임위들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정국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정보위에 합류한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 국방위에 배치된 군인 출신 신원식 한기호 의원 등이 대야 공격의 최전방에 서게 될 전망이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국방위, 박홍근 원내대표가 정보위에 들어간 가운데, 대선주자인 이재명 상임고문이 국방위,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의원이 정보위에 소속된 점도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방송·언론개혁’을 화두로 여야 모두 양보 없는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KBS, MBC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다룰 예정이어서 여야 간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