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이낙연 신당 아니면 어렵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7-02 11:29:30

  주필 고하승



내년 4·10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거대 양당에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무당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정치권 내 신당 창당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신당에 뛰어든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무당파를 규합, 총선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재 제3지대 깃발을 내세운 인사들의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한 탓이다.


실제로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준비 모임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성찰과 모색)이 3일 가칭 당명을 공개하고, 당을 총괄할 집행위원장을 선임할 계획이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의희망’ 창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양향자 의원의 신당도 마찬가지다. 당시 주최 측이 준비한 기자석은 행사 시작 전부터 다 찼고, 수많은 매체 기자들은 바닥에 앉아 현장송고를 해야 했지만, 그건 ‘양향자 신당’이 향후 정계 개편의 회오리를 불러일으킬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아니라 단지 ‘야권발 신당’의 첫 물꼬를 튼 행사였기 때문이었다.


언론의 관심은 그보다는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일파가 당을 뛰쳐나가 신당을 만드냐 하는 것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중심의 낙연계가 뛰쳐나가 신당을 만드느냐 하는 데에만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보수당계가 당을 뛰쳐나가 신당을 만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한계를 절감한 바 있다. 당에 침을 뱉고 나가 바른신당을 만들었으나 실패했고,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으나 그마저 실패해 당을 뛰쳐나가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마저 실패해 결국 다시 침을 뱉고 나간 당에 슬그머니 기어들어 오는 수모를 경험한 바 있다. 보수 정당에서 배신자가 되어 당을 뛰쳐나가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한 그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신당을 만들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집 나오면 고생한다는 걸 최근까지 절절하게 느꼈던 사람들인데 뭐 하러 다시 뛰쳐나오겠는가.


반면 민주당에서 이낙연 중심의 비명계가 떨어져 나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비명계 신당’을 만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쩌면 그는 이미 신당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제외하면 야권의 유일한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귀국 이후 일주일째를 맞고 있으나 ‘명낙회동’(이재명-이낙연 회동) 요구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그는 당내에서 쏟아지는 ‘명낙회동’ 요구를 일축하고 나 홀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했다고 한다. 기자들에게는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귀국 후 첫 주말에 호남을 찾으면서 정치 활동에 본격화했지만, 이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신당을 창당한다면 과거 민주당을 뛰쳐나왔던 안철수 신당에 버금가는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었다. 호남에서 불어준 바람이 그런 성적을 내는 밑거름이다.


이낙연 중심의 비명계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호남에서 회오리가 불 것이고, 그런 바람이 수도권에 상륙하는 순간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당 대표가 버티고 있는 민주당을 위협하는 야당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철수 신당을 능가하는 성적도 가능하다. 다만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낙연 전 대표가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선 회의적이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제3신당 움직임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속담을 확인시켜주고는 총선이 끝난 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승자독식의 선거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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