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헛발질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2-02-03 11:30:52

  주필 고하승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또 헛발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경기도 소속 공무원들이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개인 심부름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에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마당에 김어준 씨가 김혜경 씨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 되레 국민의 화만 돋우었다.


실제 김어준씨는 3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금 나온 기사를 보니까 5급 별정직 배모씨가 7급 주무관에게 약 처방과 배달 등을 시켰다는 거다. 그런데 (보도에) 뭐가 없냐면, 김혜경씨가 그 일을 시켰다는 게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혜경씨가 자신이 부릴 수 없는 공무원에게 자신의 사적 심부름을 시킨 줄 알았는데 5급이 7급에게 시켰다는 거 아니냐. 갑질 아니냐. 관리 책임은 물을 수 있을 거 같다”라고 했다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로 이 후보 가족을 위한 소고기 등을 구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라며 “(법인카드가 허용되는) 시간대를 벗어났을 때 개인카드로 결제했다가 법인카드로 대체했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 지금 제시된 전표를 보면 개인카드 취소, 법인카드 결제 시간이 ‘딱’ 붙어있다”라고 했다.


그러면 이 같은 김어준 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우선 개인카드 취소-법인카드 재결제 시간이 ‘딱’ 붙어있다는 김어준씨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가 경기지사였던 지난 4월,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인 배모씨는 비서실 소속 7급 공무원이었던 A씨에게 텔레그램과 전화 등으로 식당에서 소고기를 구매한 뒤, 경기 성남시 수내동 이재명 후보 집에 배달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먼저 자신의 개인카드로 소고기값을 결제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점심시간 때 다시 식당을 찾아 카드 결제를 취소한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 법인카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심시간을 이용한 것이다.


배씨와 A씨의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통화 녹음에는 이 같은 ‘카드 바꿔치기’ 내용이 무려 열 차례 넘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어준 씨가 헛발질한 것이다.


김혜경 씨가 아니라 5급이 7급에게 심부름을 시켰다는 김어준씨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물론 배씨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라며 김혜경 씨가 지시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마치 조폭들이 보스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가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는 것과 같은 ‘조폭 의리’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허점이 너무나 많다.


배씨는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라고 했으나, 처방받은 약은 폐경 치료제인 ‘리비알’이다. 그런데 배씨는 결혼 한지 고작 5년이 조금 넘는 신혼으로 폐경 치료제를 처방받을 이유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배 씨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보자인 7급 공무원이 배씨의 지시로 김혜경 씨의 약인 것처럼 해서 리비알이 든 쇼핑백을 이 후보 자택 문에 걸어놓으면 나중에 배씨가 가서 그걸 훔쳐왔다는 얘기인데 그게 말이나 되는가.


김어준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이른바 ‘생태탕’이라는 헛발질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말아먹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또 무슨 헛발질로 이재명 대선 후보를 말아먹을지 궁금했는데, 이게 그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김어준의 이런 헛발질도 얼마 가지 못할 것 같다.


서울시가 이달 중순께 TBS(교통방송)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는 TBS가 재단으로 독립한 뒤 처음 진행되는 기관운영감사로 인사, 채용, 예산 등 운영 전반에 대해 다 들여다보게 된다.


당연히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빚어온 김어준의 출연금도 감사 대상이 될 것이다.


방송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프로그램 편성은 감사 대상이 아니지만, 시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출연료가 적정한지 등 계약 관계는 얼마든지 들여다볼 수가 있다. 만일 예산의 70% 이상(지난해 기준)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지해 재정적으로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어준에게 특별히 많은 출연료를 지급한다면 그건 제재할 수 있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지긋지긋한 음모론에 연일 헛발질을 해대는 한 방송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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