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몽니에 友軍도 등 돌렸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2-28 11:31:57

  주필 고하승



철부지 이준석 대표의 몽니가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


그의 든든한 우군(友軍)이었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물론 초선 의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28일 인적 쇄신을 비롯한 선대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선대위 인적 쇄신을 건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나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보면 되느냐’라는 질문에도 “지금은 인적 쇄신을 할 그런 시기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연일 선대위 개편이 필요하다며 선대위 모든 직책을 사퇴하고 연일 내부총질을 해대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과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회의에서도 이준석 대표를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향해 경고장을 날리면서 동시에 ”후보가 정책적으로 약속한 것을 자기 생각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반대 의견을 개진해서는 선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근 이준석 대표의 행보를 비판했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초선 의원들도 전날 이준석 대표의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회동을 가졌다.


상당수의 초선 의원은 그 자리에서 대표직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편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희 의원은 초선 의원 총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의 최근 언행으로 인한 여러 문제가 중심적인 논의 대상이었다"라며 "우리 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이 있어도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대전제에 대해 참석한 모든 의원이 동의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당 대표 면담을 통해 대화해보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이후에 정하겠다"라고 부연했다. 향후 이 대표의 태도를 보고 퇴진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날 MBC 오후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초선의원님들은 다 제가 두루 친한 분들"이라면서 "오늘 모임을 하고 초선 의원분들이 많이 연락을 주셨는데 '사실 다들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 정도로 표현하시더라"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는 '비공개회의에서 나왔던 사퇴 언급 발언이 내일도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냐'는 질문엔 "그런 게 설마 나오겠나"라며 "그건 초선 의원 중에서도 일부 굉장히 성급한 분들이 하신 말씀으로 알고, 그런 게 도움 안 된단 건 당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위원장의 경고성 발언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철부지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준석 대표의 한 측근은 "(이준석 대표를) 사퇴시킬 수 있으면 시키는 건데,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초선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논의하는 내용 수준이 참 웃기다"라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아무리 초선 의원들이 결정하더라도 물리적으로는 그를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설사 의원 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탄핵을 결정하더라도 버티면 그만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당 대표 탄핵제도는 없다. 가능한 방법은 '이준석 소환'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 6조의 2에 규정된 '당원소환제' 제1항엔 "당원은 법령 및 당헌·당규,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행위를 한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을 대상으로 소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규 제3조의3에 규정된 요건을 충족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이준석 대표의 몽니가 계속되더라도 그를 끌어낼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그걸 알고 이준석 대표가 연일 내부총질을 하면서 그걸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간과한 게 있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우군이 모두 떠나면 그가 스승으로 섬기는 유승민 전 의원처럼 고립되고 말 것이다. 그건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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