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한민국 정부였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2-07 11:35:52

  주필 고하승



지난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당시 대한민국에 정부는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되고 시신이 해상에서 소각되는데도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다.


이런 정부가 정말 대한민국 정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감사원이 7일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최종 감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행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당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서해 공무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 받고도, 통일부 등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오후 7시 30분께 조기 퇴근했으며, 서훈 안보실장도 조기에 퇴근했다.


해경은 당일 오후 6시쯤 안보실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았지만, 추가 정보를 파악하지 않고, 국방부 등에 필요한 협조요청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인 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아 서해 공무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파악했으나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당일 밤 그냥 퇴근했다.


합참 역시 당일 오후 4시대에 정황을 확인하고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군에서는 대응할 게 없다'라고 국방부에 보고하고는 손을 놨다.

 

국방부는 합참의 보고를 받고도, 대북 전통문을 발송할 필요성이나 군에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안보실에 건의조차 하지 않았다.


위험에 빠진 국민을 구하려는 정부 관련 부처나 기관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였다니 통탄할 일이다.


그보다 더 나쁜 짓은 문재인 정부의 관계 기관들이 사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피살자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9월 23일 새벽 1시에 개최된 관계 장관 회의에서 안보실이 이씨 시신 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2시 30분께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통일부가 실제로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은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9월 22일 오후였지만, 국회와 언론 등에는 23일 새벽에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 최초로 인지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시신이 소각됐다는 점을 알고도 '소각 불확실' 또는 '부유물 소각'이라고 말을 바꿨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대국민 발표했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사실과 달리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하면서 피해자의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개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가 북한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죽음에 이르고 그 시신이 해상에서 소각될 때까지 손 놓고 방치한 것도 모자라 정부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자진 월북’이라며 사실을 날조하고 피해자의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침해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들의 잘못이 단 하나라도 명백하게 밝혀진다면, 그가 누구든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공복이 국민의 생명을 외면한 책임. 그리고 그 책임을 덮으려고 멀쩡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자진 월북자로 몰아간 비열하고 무도한 행위를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관용을 베풀어서도 안 된다. 그들 위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면, 그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우리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엉터리 같은 정부를 믿고 우리의 안전을 맡겼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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