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현장> 尹 정부 첫 국감, 정책 실종 정쟁만 난무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2-10-05 11:39:17

외통위, 尹 비속어 논란에 野 “외교참사” vs 與 “정치공세”
법사위, 文 서면조사에 野 “정치탄압” vs 與 “법 앞에 평등”
정무위, IRA 논란에 野 “사후약방문” vs 與 “文 정부 책임”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여야 간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한 끝에 5일 새벽에서야 끝났다.


여의도 정가에선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은 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공방이 치열했던 현장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논란을 두고 대립했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외교부 국감이었다.


이날 외통위 감사는 여야 의원들 간 충돌로 3차례 중단됐고, 차수변경을 통해 5일 0시40분 종료됐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를 놓고 공전을 거듭했으며,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논란, 김순호 경찰국장 인선 논란으로 여야가 대치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특히 정무위원회(정무위) 국감에서는 정부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논란을 두고 서로 전·현직 정권을 탓하는 양측의 대치가 이어졌다. 교육위원회(교육위) 국감은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박사 논문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으며 충돌을 빚었다.

◇외통위=더불어민주당은 해외순방 당시 나온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환담’,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일정 변경, 한일 정상 환담 등 논란을 제기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일련의 순방 논란을 ‘외교 참사’로 규정,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박진 외교부 장관의 국감장 퇴장과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방미 중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유엔대표부 건물까지 쫓아가 태극기 하나 없는 빈방에서 사진을 찍고 30분간 몇 마디하고 돌아왔다”며 “정말 굴욕적이고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정상외교”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모습처럼 비쳤다”며 “우리도 자존감 있는 국민인데, 그런 모습을 바라봐야 하냐”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실책으로 지적됐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외교부가 IRA 법안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IRA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기까지 우리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외교부의 무능으로 모든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윤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부각하려고 노력했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소위 ‘바이든’ ‘날리면’ 논란을 두고 (여야가) 싸우는 모습을 국민이 외교참사로 볼 것인가, 정치참사로 볼 것인가”라고 반문한 후 “지금 나라 지도자들의 모습이 이 모양이다.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은 해외 순방 논란에 대해 “영국 외교장관은 각별히 따뜻한 마음과 위로에 영국 국민이 크게 감동했다고 언급했다”며 “바이든 대통령 환담 역시 실무자들의 충분히 안건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2017년 중국에 3박4일 다녀와서 10끼 중 8끼를 ‘혼밥’하셨다”며 “우리나라 취재기자가 중국 공안들에게 두들겨 맞아 기절하기도 했다. 이런 게 외교참사”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가 국회에서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해온 우호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며 한일회담의 성과를 내세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논란이 됐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한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해 2018년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당시 청와대 설명과 달리 인도 측의 요청 이전에 우리 정부에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를 위한 예산 4억원이 재난에 사용되는 예비비로 나흘 만에 의결된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무슨 외교라고 하는가. 영부인 세계 일주 꿈을 이루어 준 버킷리스트 외교인가"라고 비꼬았다.

◇법사위= 법사위는 오전부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국감장에 '정치탄압 중단' 등 피켓을 반입하려 하자,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이를 제지하면서 설전이 벌어져 1시간가량 개의가 지연됐다.


지난 7월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점검 감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수령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감사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질의서를 보낸 데 대한 정당한 의사표명"이라며 "정치탄압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그 누구라도 법 앞에 평등하게, 감사원 조사와 수사를 받는 것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맞섰다.


특히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쓴 페이스북 글을 인용하며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을 부정하며 감사원의 조사를 거부했다. 감사원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게 아니라 피조사자로 다루면 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50조에 따라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문 전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작성했다면서 전직 대통령 서면조사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행안위=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부가 거짓말로 일관한다'는 주장을 이어가자, "있지도 않거나 논란이 많은 사안을 단정적으로 '거짓말 정부'라며 몰아붙이는 것은 엄중한 경고를 줘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언제부터 국회가 발언에 통제를 받아야 하나. 이만희 의원 발언에 문제가 있다.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의 순방 중 발언 논란을 둘러싼 야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간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이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 동영상에 대해 "'바이든'으로 들리나 아니면 '날리면'으로 들리냐"고 묻자 이 장관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답변하기 어려우시죠?"라는 이 의원의 추가적인 질의에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재차 밝혔다.


오후 질의에서는 이만희 의원이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조차 없이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자막을 조작해 비속어 사용 등으로 단정했다"고 비판하던 도중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지역화폐 정책과 관련해 "대전시 사례 중심으로 연구했는데 지역화폐가 대학병원이나 학원 등에 사용되지 중소영세기업에 사용되지 않는다"며 "농민과 지역을 위한다는 지역화폐는 전·현직 경기도지사 책상머리의 금품 살포 지역화폐와 다름없다"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을 겨냥하기도 했다.

◇정무위= 정무위에선 IRA 대응 논란이 이슈였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IRA 대응에 대해 "사후약방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의 영미 순방에 대해 "떠나기 전에 선전을 얼마나 했나. 자동차 관련해 대응하겠다. (통화) 스와프 관련해서는 환율 방어하겠다고 얘기하고 갔다"며 "그런데 이번 결과를 봤더니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구나'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맞서 여당은 IRA 법안이 통과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응수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차 업계에서도 이런 법안에 대해 사전에 잘 몰랐다는 게 정설"이라며 "이런 일이 왜 생겼을까. 문 정부 5년 동안 외교 노선이 반미였다. '친중 반미'가 문 정부 외교 노선이었다. 그게 영향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위= 교육위에선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박사 논문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 논문과 관련, "(김 여사 박사논문 인준서에 찍힌) 지도교수인 전승규 국민대 교수의 인장을 보면 한문으로 된 인장을 2007~2009년까지 사용하는데, 유별나게 2007년 12월에는 막도장이다"라며 "(막도장은) 같은 해 12월 두 개의 논문에만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교수는 2007년 12월 같은 날 김 여사의 논문, 박모씨의 학위논문에만 (막도장) 인장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국민대가 인장(막도장)을 파고 갖고 있다가 막 찍은 것이라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에서 "임홍재 국민대 총장 등 국민대 증인들이 해외로 도피했고, 전승규 교수는 수업 때문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런 맹탕 국감이 없다. 장관이 없고, (증인·참고인이 불출석한 것은) 도망 이상의 거친 표현을 써야 한다"며 "위원장이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 전승규 교수에게는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문에 대해서는 2013년부터 4차례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석사논문 77쪽 중 쪽 전체를 표절한 게 24쪽이다"며 "서울대나 교육부에서, 가천대에서도 다시 조사한 적이 없는데, 국민대 재조사위가 연구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한 데 대해 교육부가 다시 조사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교육부가 국민대 검증 결과를 감사해야 한다는 것은 이중잣대의 결정판이다. 조국·이재명이 문제 됐을 때는 왜 교육부에서 자체 조사하라고 나서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논문을 제출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규정·절차에 관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어떤 특혜도 받은 게 없다는 게 김 여사 논문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사실인 것 아닌가"라며 "논문 심사나 추후 연구 부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학생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부인을 국감장에 끌어들여 창피를 주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정치 투쟁의 장으로 만드는 행위로밖에 국민은 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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