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성동 원톱체제 대신 비대위 체제로 가닥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2-07-31 11:43:45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31일 사퇴함에 따라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끝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다"며 "대통령실과 당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최고위원은 당의 위기 상황에 봉착한 배경에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책임도 크다고 보고, 이들의 거취를 압박했다. 그는 "정권교체의 긍지를 가지되, 실질적으로 2선으로 모두 물러나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9일 배현진 최고위원 사퇴에 이어 조 최고위원까지 사퇴함으로써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최고위원은 "여당의 지도체제 전환은 이견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1일 초선의원 32명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실상 '원톱 체제'로 운영 중인 현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라며 전체 63명의 초선 의원의 과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초선 의원들은 지난 29일 오전 배현진 최고위원 사퇴 직후 성명을 내고 "현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각에서 의원들이 모두 동참하지 않았는데 '초선의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고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다.
앞서 배현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80여 일이 되도록 저희가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께 기대감을 충족시켜 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그는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면서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비대위 체제를 위한 수순 이라는 관측이다.
초선 의원들도 "연일 당 지도부의 실수와 내분이 보도되고 있고, 집권 여당이 오히려 정부의 개혁 동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권 직무대행의 잇따른 실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초선의 박수영 의원은 "(권 대행에게)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라고 (연판장에) 적은 바는 없다"라며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하고 당대표 직무대행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초선 의원들의 뜻을 모아 당 지도부에 전했다"라며 "선당후사의 큰 결단을 기다리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그날 오후 비대위로 가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일련의 당내 움직임을 두고 대통령실의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고생했다는 뜻으로 권 원내대표와 나눈 환담이 재신임한 듯 보도되자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각종 논란으로 자숙해야 할 때 권 대행 측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감이 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준석 대표 중징계 결정 이후 19일째 이어져 오던 권 직무대행 체제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8월 말 전후로 비대위 출범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력 투쟁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잇따른 실책으로 매서운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데 대한 쇄신 차원의 개편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지명은 당 대표 또는 권한대행만 가능하다.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헌·당규를 수정하지 않는 이상 지도부 일부 사퇴만으론 비대위 출범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당헌 96조에 따르면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고위에서 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하게 되면 비상 상황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 경우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 상황을 근거로 비대위 전환을 의결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면 그마저도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친이준석 계로 꼽히는 김용태, 김미경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당 관계자는 권선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흔들리면서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 복귀 가능성이 줄어드는 모양새라며 잠행 중인 이 대표의 장외 여론전 노력도 빛을 잃을 수 있어서 당내 이준석과 가까운 사람들은 권성동 체제가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직무대행 체제가 무너지면 당대표 직무가 정지된 이 대표의 당대표직도 사실상 소멸한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궐위'가 아닌 '사고'로 해석되면서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었지만, 지도부 붕괴로 복귀할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대표 복귀를 위한 여론 결집용 카드로 활용하던 잠행도 동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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