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입 틀어막는 보이지 않는 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8-09 11:45:35

  주필 고하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정에서 아주 기괴하고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피고인이 원하지도 않는 변호사가 피고인도 모르는 의견서를 내고, 피고인을 위한 변론이 아닌 이상한 주장을 하다가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고 재판정에서 뛰쳐나가는 일이 발생한 것.


이는 이 전 부지사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사법 방해죄로 미국 같으면 엄청난 중형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체 이회영 전 부지사의 재판정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8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된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변호인이 중도 퇴정함에 따라 또다시 파행했다.


벌써 두 번째 파행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 때 이화영 부인이 마치 부부싸움처럼 비치는 소란을 피워 끝내 재판이 파행에 이르렀었다.


당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변호인 해임은 내 뜻이 아니다. 계속 도움을 받고 싶다"라고 하자 방청석에 있던 그의 부인이 "지금 변호사에게 놀아나고 있다. 자기가 얼마나 검찰에 회유당하고 있는지도 몰라 답답하다"라며 "정신 차려야 한다"라고 소리를 질러댄 것.


부인은 “우리 남편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당 대표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남편보다도 이재명 대표를 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초 이날 재판에선 대북송금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을 요청했으며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이 전 부지사 진술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그런데 두 번째 기회마저 친명계 변호인의 기괴한 행동으로 파행하고 말았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으로 출석한 법무법인 덕수 측은 이 전 부지사의 의사와 무관한 증거의견서 및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제출한 뒤 사임했다.


이 전 부지사의 의사에 반하는 배우자와 변호인의 관여로 공판이 공전하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막는 수준까지 간 셈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이 두려워 누군가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을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이재명 대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화영 전 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이미 이재명 대표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했다는 진술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이 대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실이라면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을 좌우하는 셈이다.


아마도 검찰은 이화영 법정 진술을 토대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될 것이다. 국회 비회기 기간에는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걸 저지하기 위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국회가 열리는 8월 16일 이후에는 현역 의원에 대한 ‘불체포 특권’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만 한다. 그러면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소조항을 들먹이며 특권을 누리려 할 것이다.


그게 이화영 전 부지사 입을 틀어막는 노림수라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총선 전 이재명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이 대표 체제 문제는 설령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당 대표를 사임하지 않으면 이재명 대표 체제는 계속 가는 것"이라며 "‘옥중공천’이라는 이야기는 이 대표의 진심 어린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이 대표는 절대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도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에게 페널티를 주는 등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약화하는 내용의 공천룰 개정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마디로 중진 의원들이 다수인 비명계 의원들을 ‘공천 학살’하겠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 돌아가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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