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4년 연임제’ vs 金 ‘4년 중임제’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5-05-19 11:45:39

  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개헌과 관련 현행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4년 중임제'를 제안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4년 중임제'를 제안했던 이재명 후보가 왜 이번에는 뜬금없이 ‘4년 연임제’를 들고 나선 것일까?


현행 단임제에선 현직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 운영의 연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그래서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단임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었고 이재명 후보 역시 여러 차례 중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동안 정치권에서조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러시아식 ‘4년 연임제’를 개헌안으로 들고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미국식 ‘중임제’를 러시아식 ‘연임제’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아니다.


실수라면 당연히 이재명 후보가 정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정정하지 않았다.


개헌의 방향으로 ‘중임제’가 아니라 ‘연임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대체 러시아식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중임제하에선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곧바로 출마하거나, 아니면 차기를 건너뛰고 차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대통령이 몇 번이나 중임할 수 있는진 별도 조항으로 규정하게 되며 3선 이상을 제한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만 연이어 출마할 수 있도록 한정하지만, 차기 대선에 당선될 경우 연임의 횟수에 제한이 없어서 3선이고 4선이고 몇 번이고 할 수 있어 장기 집권이 우려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다.


2020년 개정 전 러시아 연방 헌법은 "같은 인물은 계속해서 3번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다"라며 3선 연임을 제한했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은 8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직하다가 자신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잠깐 허수아비 같은 대통령직을 넘기고 자신은 총리이자 여당 당수로 잠깐 내려와 있다가 다시 출마해 3, 4선 대통령이 됐다. 그나마 3선 연임 제한마저 없다면 굳이 총리를 지낼 필요조차 없이 계속해서 집권할 수도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연임제’로 내린 4선을 하자 장기 집권 후유증을 우려해 연방 헌법을 ‘중임제’로 수정하고 중임 횟수를 2차례로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4년 중임제’는 장기 집권이 불가능한 미국식 헌법이고, ‘4년 연임제’는 장기 집권도 가능한 러시아식 헌법인 셈이다.


민주당 측에선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고 4년 연임제가 도입되더라도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라는 헌법 128조에 따라 차기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는 데 괜한 걱정을 한다고 하지만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을 누구로 볼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만큼 장기 집권 의도가 아니라면 간단하게 ‘중임제’로 하면 될 것을 굳이 논란을 일으키며 ‘연임제’로 바꾸겠다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이 이런저런 변명을 쏟아내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가 직접 러시아식으로 헌법을 개정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 본인이 한 말도 나중에 “내가 한다니까 진짜인 줄 하더라”라는 식으로 말을 바꾸는 사람인데 하물며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오리발을 내밀 것이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이제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장기 집권이 불가능한 미국식 헌법인 김문수의 ‘4년 중임제’를 선택할 것인지, 장기 집권 야욕에 불타는 이재명의 러시아식 ‘4년 연임제’를 선택할 것인지. 그 선택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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