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지면 감옥 갈 것 같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2-01-23 11:46: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가 이번에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라고 발언했다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로부터 23일 "언어가 왜 이래? 패색이 짙어졌나?"라며 "평정심을 찾으시라"는 호된 질책을 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부터는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보내는 정권이 생존할 수 있겠느냐"라는 따가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전날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수변 무대에서 연설하던 중 "제 두려움의 원천은 검찰이 있는 죄도 덮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조직이라는 것"이라며 "제가 이번에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검찰공화국이 열린다. 전쟁의 공포, 검찰공화국의 공포는 그냥 지나가는 바람의 소리가 아니다"며 "눈앞에 닥친 일이다. 검찰은 정말로 무서운 존재다. 왜 특수부 조사만 받으면 세상을 떠나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상당수의 국민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 후보의 말처럼 검찰이 있는 죄도 덮는 조직이라면, 지금 문재인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검찰은 대장동 몸통으로 거론되는 ‘그분’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것인가.
지금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유권자들이 가진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연루 의혹을 상기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모르고 하는 말인가.
아니면, 어차피 이기지 못할 선거라는 걸 알고 대선 이후에 자신의 연루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다’라면서 정치투쟁을 하기 위해 미리 포석을 깔아두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후보는 “죄 없는 사람을 마구 압박해 기소하고, ‘아, 나는 죄짓지 않았지만 살아날 길이 없구나’ 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나온다”라며 “왜 특수부 수사만 받으면 자꾸 세상을 떠나나”라고 말했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 도중 관련자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비판한 것이다.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이자 결재권자인 그가 그들의 죽음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고 오롯이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는 그의 태도는 아마도 대선 이후 자신을 향한 수사의 칼날을 염두에 두고 방어막을 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다고 죄를 감출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 양쪽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생전 작성한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김 전 처장이 ‘민간사업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라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원들이 받아주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받는 배임 혐의의 핵심 내용이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사업자들이 공모해 이 조항을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유동규 본부장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을 것이다. 물론 김 전 처장은 어느 임원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그걸 밝히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 임원은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그런 짓을 했는지 가려내면 되는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준 핵심 사안으로 이 조항의 삭제를 지시한 사람이 대장동 몸통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정황이 그 몸통으로 이재명 후보를 가리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느닷없이 "제가 이번에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라고 발언했으니, 이 발언을 들은 유권자들은 ‘아 진짜 대장동에 뭐가 있는 건가’하고 떠올릴 것 아니겠는가.
그런 모든 걸 감수하고 이런 발언을 해야 할 만큼 이 후보에게 다급한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패착이다. 지금 이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대장동 개발을 설계하고 추진한 자신이 대장동 몸통임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며 대선에서 심판을 받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대선에서 졌다고 해서 없는 죄로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죄를 지었다면 ‘정치 보복’ 운운하며 버티지 말고 죄의 대가를 달게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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