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에 집착하는 이재명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8-21 11:48:48

  주필 고하승



호기롭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큰소리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막상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다가오자 그와 상반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검찰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회유·압박으로 인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기사를 첨부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폭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첨부한 기사는 사실상 ‘가짜뉴스’다.


이 대표가 첨부한 기사에는 이 전 부지사 측 법무법인인 덕수 소속 변호인단(김형태 대표변호사 외 1인)이 지난 8일 법원에 제출한 증거의견서로 ‘이화영이 회유·압박으로 인해 허위진술을 했다’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같은 날 재판에서 법무법인 덕수 측 변호인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작년 10월 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법무법인 해광 소속 서민석 변호사에게 법정 변론을 맡겼고, 당일에도 직접 출석해 "(덕수가 아니라) 해광의 도움을 받아 다음 기일에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라고 재판부에 밝힌 것이다.


즉 덕수 측이 제출한 자신의 의견서라는 건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이 가짜뉴스를 첨부하면서 그것을 근거로 윤 정부를 향해 "국가의 권력을 사유화하는 국폭은 조폭 그 이상"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그는 "정권의 무능을 덮으려고 국가폭력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이라며 "역사와 국민의 무서움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대체, 가짜뉴스까지 동원하면서 이토록 맹렬하게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정당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이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이재명 대표가 ‘가짜뉴스’를 동원해 그것을 근거로 윤석열 정부를 ‘국폭정권’으로 규정한 것은 ‘정당한 구속영장 청구’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이 명백해 보인다.


한마디로 9월 국회 회기 중 영장이 청구될 경우를 대비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철회하기 위한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이 최근 “정당한 영장 청구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당당하게 부결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연유다.


이처럼 이재명 대표가 말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다른 모습을 본인은 물론 친명계 인사들이 여러 차례 보여왔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가 급조한 김은경 혁신위에서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기명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투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이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들어올 때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파악하겠다는 것으로 이른바 개딸들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반대투표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성향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 찍어내기’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한 것은 그런 연유다.


그런 당내 반발에 부딪혀 ‘기명투표’ 방식은 혁신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걸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대신 다른 ‘꼼수’가 등장했다.


민형배 의원이 전날 더민주혁신회의 전국대회에 참석해 "정기국회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간단히 물리칠 방법이 있다"라며 "투표 거부로 이재명을 지키고 민주당을 지키면 된다. 투표가 시작되면 의원들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투표 참여자들은 개딸들에게 좌표가 찍히기 때문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투표에 불참하면,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의결은커녕 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기명투표보다도 더 악랄한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런 수단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지연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은 죄를 없앨 수는 없다. 죄가 있다면 누구든 죗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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