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박지현 쇄신안 수용으로 일단 갈등 봉합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2-05-30 11:49:00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의 쇄신 요구로 촉발된 당 내홍을 일단 쇄신안 수용으로 갈등을 봉합했으나 정작 갈등의 뇌관이었던 86세대 용퇴 논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30일 “갈등의 당사자인 윤호중·박지현 위원장이 어제 ‘국민과 민주당 후보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며 “이런 상태로는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당내 우려를 두 분이 수용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86세대 용퇴론’ 주장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지현 위원장은 “혁신안을 수용해 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께 깊은 감사드린다”며 “당의 혁신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마음 졸였을 우리 당 후보들께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한껏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전날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어제 우리 당 지도부가 제가 제안한 ‘5대 혁신안’을 모두 수용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선거 이후 권리당원, 청년당원, 대의원, 지역위원장,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와 구조를 만들어 실천하기로 결의했다”면서 “민주당이 국민에 신뢰받는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향을 정립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을 향해서도 “약속한 것처럼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낡은 기득권을 버리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겠다.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28일 당초 자신을 포함, 윤호중 위원장,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간 3자 대화를 요구했지만 대신 심야 비대위원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민주당 비대위는 박 위원장이 제안한 ‘더 젊은 민주당’을 위한 정치교체 완성, 당내 성폭력 등 범죄 행위 무관용 원칙 등 5대 쇄신과제를 이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근 박 위원장이 요구한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논란’ 징계 촉구, ‘86용퇴론’과 맞닿아 있는 쇄신안이다. 다만 시점은 박 위원장의 쇄신 의지를 존중하되 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로써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당 쇄신안이 선거 책임론과 결합하면서 당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이 가장 크게 갈등했던 86 용퇴론이 혁신안에 포함되지 않은데다 향후 2년 간 당권을 가를 8월 전당대회까지 맞물리면서 갈등이 분출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박 위원장은 지난 27일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586은 물러나고, 남아 있는 586도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기존의 '86그룹 용퇴'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선거 이후 또 다시 거론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한 야당 재선 의원은 “박 위원장이 지방선거 이후 혁신과 세대교체로 당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적 야망을 드러냈다”며 “당장 선거가 급해 박 위원장을 달래고 가지만 선거 후엔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박 위원장의 지도부 입성을 요청했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느냐와 전체 지방선거 성적표에 따라 오는 8월 전대에서 계파 갈등이 전면 분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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