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뒤에 숨은 함정, 보이스피싱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5-05-25 11:50:31
보이스피싱, 단순히 낯선 전화로 사람을 속이는 사기가 아니다. 이는 피해자의 재산은 물론이고 심리적 안정마저 파괴하는 현대 사회의 악성 범죄다. 경찰관으로서 매일 같이 접하는 피해 사례들은 보이스피싱의 치밀함과 위험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최근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약 1,9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4% 증가했다. 그간 정부와 민관이 함께한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 예방 노력으로 피해자 수는 11,503명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1인당 피해액은 평균 1,710만 원으로 51.3%나 급증했다. 특히 1억 원 이상의 초고액 피해자는 231명으로 69.9% 증가한 충격적인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대출빙자형(35.2%), 가족·지인 사칭형 메신저피싱(33.7%), 정부기관 사칭형(31.1%) 순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연령을 막론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당신의 자녀가 납치됐다.’는 위협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검찰, 경찰,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정교한 각본과 자료까지 제시하는 등 갖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속이고 있다. 최근에는 ‘저금리 대출’이나 ‘정부 지원금 신청’과 같은 그럴듯한 제안을 통해 금융 정보를 빼내는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기술을 이용한 피싱 앱 설치나 원격 조정 등 고도화된 방법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은 예방이 가능한 범죄이다. 아래 몇 가지 간단한 원칙만 기억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1. 낯선 번호로 온 금융 거래 요청은 무조건 의심하자.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계좌번호나 인증번호를 요구하는 행위는 대부분 사기라고 봐도 좋다.
전화를 끊고, 직접 해당 기관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3. 통화한 상대가 아니라 경찰과 금융감독원을 믿어야 한다.
급박한 순간에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아니라 통화한 상대를 믿고 경찰에 협조하지 않아서 시민을 도와줄 수 없을 때 경찰관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그리고 만약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면 지체 없이 112 또는 1332(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 신속한 신고와 대처는 추가 피해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캠페인과 함께 범죄 수법을 분석하고 피해자를 돕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의심스러운 통화를 차단하며, 사칭 발신번호 확인 서비스 확대로 가짜 번호를 식별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금융기관과 협력하여 지급정지 절차 간소화 및 피해자 보호와 회복 지원에도 힘쓰며 피해금 환수를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개인의 나이, 직업 등을 비롯한 모든 조건과 관계 없이 누구나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 결코 단정하지 말자. 당신의 현명한 한 통화가 평생의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전화는 짧은 한 순간이었지만 그 파급력은 결코 짧지 않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