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 김어준이 간택한 ‘추나땡’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4-09 11:53:03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경기지사 후보로 추미애 의원이 선출되자 국민의힘은 ‘추나땡’의 기억을 떠올리며 반색하는 모양새다.
'추나땡'은 '추미애가 나오면 땡큐'의 준말이다. 이른바 ‘국민 밉상’으로 낙인찍힌 추 의원의 출마가 야권에는 오히려 호재라는 것이다.
추 의원은 이번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으며 결선 투표조차 거치지 않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해 본선에 직행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국민에겐 비호감도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지난달 27~29일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STI)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경기도 만 18세 이상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개별 호감도를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5%p, 스마트폰앱·인터넷 조사 방식)한 결과 추 의원의 비호감도는 무려 47.8%에 달했다. 반면 호감도는 25.8%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이 ‘추나땡’이라며 반색하는 것은 그래서다.
비록 지금 당장은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해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강성 이미지를 지닌 추 의원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이 상당한 만큼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라는 기류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당 지지율의 현격한 격차로 ‘당 대 당’ 대결이라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물 경쟁 구도를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전을 노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당내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0∼12일 경기지사 후보 신청을 추가로 받기로 한 것은 아마도 그런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장 대표는 이미 출마를 거부했던 당내 인사를 다시 접촉하는 등 직접 후보 구인에 나섰다고 한다. 대표 특보단장인 김대식 의원은 최근 이성배 전 MBC 아나운서의 출마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반기는 후보라면 본선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유튜버 김어준 씨의 ‘간택’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통령보다도 더 막강한 ‘상왕 김어준’이 선택한 후보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원픽’이라는 한준호 의원도 상왕 김어준이 선택한 추미애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이런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일까?
경선 과정에서 김어준 씨가 진행한 경기지사 후보 3인 인터뷰는 사실상 추미애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씨는 지난 3월 19~20일 본 경선에 올랐던 김동연 경기지사와 한준호 의원은 일대일로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했으나, 추 의원은 그다음 날 패널 4명이 참여하는 대담 형식으로 자신의 방송에 초대해 질문을 던졌다. 노골적으로 추미애와 다른 후보들을 달리 대우한 것으로 편파적인 방송을 진행한 셈이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김 지사와 한 의원에겐 공격적으로 나갔으나 추 의원에 대해선 지원사격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오히려 추미애 의원에 대한 비호감만 더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뉴이재명’이라 불리는 중도 성향 지지층이 모인 친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왜 중도층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지 알겠다”, “합리적 중도 지지자의 심정이 이해된다”라는 등 추 의원 경선 승리에 회의적인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결과적으로 추 의원은 ‘상왕’ 김어준의 간택을 받아 경선에선 승리했지만,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후보가 된 셈이다. 그런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도 김어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김씨가 경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본선 경쟁력은 나중 문제이고 당장 경선에서 승리부터 해야 하는 절박함이 어쩌면 제2의 ‘추나땡’ 후보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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