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송영길의 조급증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2-04-07 11:54:05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퇴서에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조급하게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당내에서 “송탐대실”, “후안무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7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송영길 대표가 (서울시장을) 탐하다가 더 큰 것을 잃는다. 송탐대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민들이 대선 때 안 나오겠다고 해놓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또 나오는 분에게 표를 주겠느냐”라며 “정치적으로도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고 과거에도 통용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는 (86용퇴론을) 발화시키고, 지금은 또 다른 명분과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송 전 대표는 당내 ‘친문’ 진영으로부터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친문 의원들 모임인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를 맡은 현역 의원 13명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입장문에는 이사장을 맡은 도종환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고영인·김영배·김종민·맹성규·신동근·이광재·정태호·최인호·최종윤·한병도·홍영표 의원 등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 전 대표의 명분도 가치도 없는 내로남불식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를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로 포장하고 '인물 부재론'이라는 아전인수격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질책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이수진(서울 동작을)·이용빈·전용기·김남국 의원 등 이른바 ‘친명’ 의원들은 인물 부재론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이재명 고문의 조기 등판을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근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인천 계양구의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이재명 상임고문이 여기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오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은 민주당 텃밭으로 이 고문이 거기 나오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조정식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시흥시에 이 고문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 상임고문에게 김병욱 의원 지역구 `성남시분당을`에 나오라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재명계 7인회 일원인 김병욱 의원은 성남시장에 출마해 이 상임고문을 지키라는 요구를 강하게 받고 있으며, 김 의원이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때 치러지게 될 `성남시분당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 상임고문이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조기 등판론 역시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같은 당내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고문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옳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지금은 이재명 상임고문이 나설 때가 아니라 뒤로 물러나 쉬면서 자신을 성찰할 때"라며 “조급증을 내면 낭패를 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지사는 이미 보궐선거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고문이 지난 2일 회원수 18만여명에 달하는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대표 격인 '이장'직을 수락한 것을 활동 재개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조급증이 문제다.
만일 이재명 고문이 송영길 전 대표처럼 무리하게 보궐선거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면 그 역시 송 전 대표처럼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다.
만일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대선에서 ‘대장동 저격수’ 역할을 했던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위원장이 그의 상대로 나서면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경찰이 이 고문의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후보 리스크로 인해 대선에서 패배한 이 고문은 당을 위해서라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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