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尹-韓 끼어들지 마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4-06 12:01:4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것은 사실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통령 당선증'을 건넨 ‘배신행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민주당은 ‘여당 놀이’에 흠뻑 빠졌다.
민주당이 국무총리 훈령 '당정협의업무 운영규정'을 근거로 정당정책협의회를 추경 논의 기구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어차피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승리한다는 ‘어대명’이 현실로 다가왔으니까 민주당이 사실상 여당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현재 지지율 1위는 이재명 대표가 아니다.
실제로 '마땅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른바 ‘없는 사람’에게 선두 자리를 내어주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4일 발표한 4월 1주차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4%로 보수진영 후보를 압도하고 있지만, 지지 후보가 '아무도 없다'라는 응답 38%엔 못 미쳤다.
이제 대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재명 대표의 대세론이 생각만큼 그리 공고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에서 어느 누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을 때, 그가 '아무도 없다'라는 응답자 38%의 손을 잡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 대표 지지율이 30% 중반 박스권에 갇힌 것은 이들이 아직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의견을 유보한 이들은 무당층, 1020세대 비율이 높은데 이들이 이재명 대표에게로 옮겨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헌재는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민주당 등 야당의 행태도 질책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 소추로 인해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탄핵심판 중 정지됐다. 2025년도 예산안에 관해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피청구인이 수립한 주요 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와 국회의 법률안 의결이 반복되기도 했다”라며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 가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재명이 이끄는 야당이 ‘구타유발자’라는 것이다.
그런 이재명 대표에게 무당층이나 1020세대가 마음을 열어줄 리 만무하다.
따라서 지금 나타나는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은 윤석열 탄핵에 따른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로 허상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에서 '아무도 없다'라는 응답자의 손을 잡을 수 있는 후보를 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아직은 패배의식에 젖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두 달이면 얼마든지 그런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탄핵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는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당원들이 결집하고, 그걸 보고 중도층과 무응답층도 ‘반(反) 이재명’ 대열에 기꺼이 합류할 것 아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이번 조기 대선은 ‘어대명’을 내세운 이재명이냐, ‘이재명만큼은 안 된다’는 반이(反李) 연대 후보냐 하는 선택의 싸움이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끼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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