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善은 김기현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2-27 12:02:01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목전에 다가왔으나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느냐에 대해선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일찌감치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장예찬. 일반 최고위원 후보로 조수진 민영삼 김재원 김병민 후보를 염두에 두고 그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당 대표 후보 가운데 썩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사공정규 교수를 만나고 나서 마음을 돌렸다.
그는 휴일인 어제 단지 나와 점심 한 끼를 같이 하려고 대구에서 그 먼 길을 달려왔다.
그리고는 “매번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최선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을 선택하고, 차선도 없으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던 언론계의 어르신은 어디 계시냐”라고 아프게 질책했다.
그러면서 “차선의 후보라도 선택해 달라”고 했다. 당원들에게 그게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밤새도록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은 ‘김기현’이다.
집권당 대표는 야당 대표와는 다르다.
첫째, 자신의 정치적 욕망보다 정부의 성공을 우선할 수 있는 자라야 한다. 여당 대표는 정부를 견제하거나 대통령과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집권세력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당정대협의회에서는 치열하게 당의 입장을 전하고 관철하도록 노력해야겠으나 결정 사안에 대해선 뒤에서 불평하거나 내부 총질하지 않고 전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라야 한다. 그 적임자로 김기현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둘째, 접전지역인 수도권에서 승리를 끌어낼 수 있는 자라야 한다.
그가 지난 총선에서 3명의 국회의원을 만들어냈으나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는 아예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권 의원은 사사건건 내부 총질을 넘어 당론과 배치되는 행동을 일삼고 있다. 그런 자에게 금배지를 달아줄 만큼 그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없다. 그가 당 대표가 되면 또 그런 사람들을 등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도권에서 여당 후보들이 궤멸당할 수도 있다.
수도권 지역구 출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만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여당 텃밭인 영남권의 기반을 다져놓고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즉 영남권 대표에 수도권 출신 사무총장이라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 될 것이다. 김기현 후보를 당 대표감으로 꼽는 이유다.
셋째, 당 대표는 아집을 부리는 자가 아니라 ‘경청’하는 자세가 갖춰져야 한다.
김기현 후보는 '차기 총선 공천 때 대통령 의견을 듣겠다'라고 했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는 그런 김 후보를 향해 “대통령 뜻만 따르는 대표”라고 비아냥거렸다.
대단히 악의적이다. 김 후보 발언의 의미는 ‘경청’하겠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즉 대통령 의견도 듣고 당 주요 리더들, 중진들, 원외 시민사회단체, 당 원로 등의 의견을 모두 경청한 후에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 발언의 본질이다.
경청하는 자세, 이건 당 대표에게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로 유명한 자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당시 국민의당 의원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통합을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탈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바른미래당은 잘 되었는가. 아니다.
유승민 일파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그는 수수방관했고, 독일에서 귀국한 직후 일방적으로 탈당을 선언하고 제2의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 그를 지지했던 바른미래당 당원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그런 그가 당 대표가 되면 그런 사태가 재연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도 김기현 후보가 차선책이다.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나니 사공정규 교수에게 마음의 빚을 갚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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