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현역 대폭 물갈이’ 한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1-23 12:03:39
금배지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특히 여당 텃밭인 영남권 의원과 야당 텃밭인 호남권 의원들은 그 자리가 바늘방석이다.
여당에선 지난 21대 총선에서 TK 현역 교체율은 60%였는데 이번에는 이 지역 현역 교체 비중이 무려 70~80%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돈다.
야당에선 현역 의원 50%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보고 특히 호남 지역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현역 교체를 위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현역 의원의 ‘20%+α’를 컷오프(공천 배제)하는 방안을 의결했고,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은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이하에 대한 경선 득표 감산율을 기존 20%에서 최대 3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 111명 중 22명 이상에게 아예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위 20%는 무조건 탈락이고, 이에 더해 가령 도덕성이나 당선 가능성 등 배점을 크게 둔 특정 항목에서 크게 낮은 점수를 받으면 ‘+α’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현역 의원 20% 컷오프’보다 강화된 안으로,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벌써 술렁임이 일고 있다.
물론 최종 결정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마무리하게 되겠지만, 총선기획단이 의결한 것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같은 총선기획단 방침을 놓고선 ‘영남권 물갈이’를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역구 현역 의원 89명 중 56명이 영남권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남권에서 하위 20%가 아닌데도 ‘+α’로 분류된 의원들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역들뿐만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당무 감사위는 앞서 전국 253개 당협 중 사고 당협을 제외한 204곳을 대상으로 정기 당무 감사를 했고, 그 결과를 최근 김기현 대표와 이만희 사무총장에게 보고했다.
민주당의 경우는 어떤가.
여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현역 교체 의지가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현역 의원에 대한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 따른 경선 감산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평가 하위 10%에 속한 현역 의원에게 적용하던 경선 페널티를 30%로 늘리는 공천 규칙 변경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한 것이다. 현 당헌·당규상 평가 하위 20%에 속하는 현역 의원은 경선 때 자신이 받은 점수에서 20%가 감산 된다. 앞으로는 평가 하위 10%에 속한 의원들은 30%를 감산하고, 하위 10~20%에 속한 의원들은 현행처럼 20%를 감산하겠다는 것이다.
하위 20%에게는 아예 경선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여당과 달리 민주당은 경선의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20%~30%를 감산하기 때문에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민주당이 실제 감산율을 조정하려면 특별당규를 개정하는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재명 사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지금 그건 이 대표가 마음먹기에 달렸다. 공천룰 변경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이 바늘방석에 앉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다.
우선 ‘공천=당선’이라며 그동안 텃밭에 안주해왔던 영호남 의원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수도권 출신 의원들과 달리 그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벗어나면 아예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당내의 잇따른 ‘험지 출마’를 외면하는 이유는 자신이 다른 지역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동네 골목 대장 노릇을 하며 선수만 쌓아온 대가를 이제야 치르는 셈이다.
다른 지역 의원들도 그보다는 덜하겠지만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권자들의 현역 물갈이 요구가 여전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6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거주 중인 지역구의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52.6%의 응답자가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기존 의원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답변은 28.6%에 그쳤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왜 이처럼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반성해야 한다.(이 조사는 지난 6월 28~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 대상으로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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