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공판 담당 강백신 반발

야당은 물론 검찰 출신들도 비판에 가세...중앙지검장은 사의 표명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5-11-09 12:16:05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관련해 대검찰청이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한 데 대해 수사 및 공판 검사들이 대거 반발하고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검찰 출신 인사들까지 비판에 가세하고 나서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9일 “(항소 포기를)정권 차원의 사법개입이자 정의의 후퇴로 규정한다”며 “검찰을 멈추게 하고, 사법부를 흔들며, 법치를 무너뜨린 책임, 반드시 묻겠다”고 반발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수사팀이 항소를 강하게 주장했는데 검찰 수뇌부와 법무부가 이를 뒤집은 것은 결국 ‘대장동 사건 수사 재판 종결’을 원하는 정치권력 입맛에 맞춘 결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형사 재판과 직접 연결된 사건”이라며 “대통령이 공범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무부가 검찰과 항소 여부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이해충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사건에 대해 법무부장관은 애초에 수사지휘권을 내려놓았어야 한다”며 “진정 포기해야 할 것은 ‘항소’가 아니라 수사지휘권”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해서도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사퇴해야 하는 사람은 지검장이 아니라 항소 금지를 지시한 더 윗선”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일선 검사들은 ‘사법정의가 짓밟혔다’며 공개 반발하고 있고 진실을 밝힐 항소심의 기회를 빼앗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법무부장관과 대검찰청 지휘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단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무엇보다 그는 “최근 대통령실은 ‘재판 중지 상황이 달라지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사법부를 압박했고 여당은 ‘이재명 재판중지법’을 추진했고,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사법부를 흔들어 법을 바꾸려 하고, 이제는 검찰의 항소까지 막았다. 모두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방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며 수사방해이고, 검찰을 정치의 도구로 삼은 검찰 농단”이라며 “법치는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어야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법치가 멈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의 최종 책임자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 지휘부”라며 “국민의힘은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이 사태의 전모를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결기를 드러냈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 역사상 최악의, 직무를 포기해 부패집단에게 천문학적 이익과 면죄부를 안겨 준 노만석 대검차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특히 “정성호 법무장관은 대장동 항소포기 과정에서 대검차장에게 부당한 압력과 항소포기 지휘권을 행사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라”라고 날을 세웠다.


김 변호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공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헐값에 원주민들로부터 토지를 수용해 7800억 넘는 개발이익을 부패 집단이 꿀꺽한 사건인데 김만배 등으로 꼬리자른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의 항소 포기는 있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반발했다.


특히 “윤석열 구속취소에 대해 즉시항고를 안했다고 특검 수사를 하고 있는 마당이니 그것과 비교도 안되는 중대사건인 이 건에 대해서는 정성호 법무장관, 노만석, 정진우에 대해 특검을 통한 비리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공소시효는 충분히 길고 정권교체만 하면 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제도와 그 제도를 운영하는 검사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검사이기를 포기한 자들이 검찰 수뇌부를 차지하고 집권 정치권력의 애완견 강아지로 처신하는 현실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같은 것을 떠들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번 사건은 관행상 당연히 항소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관행에 따른 조치였다’며 검찰의 항소포기를 두둔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잘못 해석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금 전 의원은 “공소사실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 거의 예외 없이 항소한다”며 “이번 대장동 사건의 경우 일부 무죄가 났고 피해금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경법 적용을 안 했기에 관행대로라면 100% 항소 사유”라고 반박했다.


또한 “선고된 형량이 구형에 비해 3분의1을 넘었다는 이유로 항소하지 않은 건 관행에 부합된다는 주장은 명백히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공판을 담당했던 강백신 대전 고검 검사도 전날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자 5명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한 경위’ 제하의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게시글을 통해 “사안의 중대성과 그 성격에 비추어 구체적 경위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 검사에 따르면 지난 10월31일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 후 사흘 뒤인 지난 3일 대장동 수사팀과 공판팀은 만장일치로 항소제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해 상급심의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5일 항소제기 보고서 등 관련 문서를 중앙지검 내부에 보고했고, 중앙지검 차원에서 항소 제기 방침을 결정한 이후 대검 반부패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어 대검은 이튿날 1심 판결과 관련해 검찰의 별건수사 지적과 관련한 적법성 등에 대한 검토를 요구했고 이를 정리해 회신한 담당팀은 7일 부장, 4차장, 검사장을 상대로 항소장 결재를 마쳤다. 하지만 대검의 불승인으로 항소장 제출은 계속 미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4차장은 (항소장에 대한)‘재검토’를 요구하며 불허하는 반부패부장에게 설득해보겠다며 기다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항소장 접수 마감이 2시간 남은 오후 10시쯤 검찰 직원들이 항소장 접수를 위해 법원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지검장 판단 하에 항소장을 처리해도 되냐’며 확인을 요청하는 메신저를 대검 담당 연구관에게 보냈으나 12시가 가까워질 때까지 중앙지검 지휘부에선 항소장 접수 여부에 대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급기야 공판 담당 검사 2명이 4차장실로 가서 ‘항소를 해야 하니 결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로 건의하자 4차장은 “대검에서 불허했고, 검사장께서도 불허해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대검은 1심에서 민간업자들의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구형(징역 7년)보다 중형(징역 8년)이 선고돼 항소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항소를 승인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담당 검사들이 끝까지 지휘부 설득을 위해 노력했지만 (마감 시한인) 자정까지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강 검사는 “수사팀 및 공판팀은 대검에서 내부적으로도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한 후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했지만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대검에서 법무부에 승인 요청을 한 경위와 그 적법성 여부를 설명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021년 대장동 개발비리가 문제됐을 때 사건의 명확한 실체를 밝혀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았던 본건의 공판을 담당하는 검사로서 전례 없던 부당한 결과가 초래돼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큰 심려를 끼치게 됐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앞서 법무부는 ▲1심 선고 형량이 검찰 구형량의 3분의1 미만일 경우 항소하는 것이 관례 ▲일부 피고인은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검찰 징역 7년 구형, 1심 징역 8년 선고ㆍ정민용 변호사 징역 5년 구형ㆍ6년 선고)이 나옴 ▲법리해석에 오해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항소 사유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은 물론 법무부 내부에서도 공감한 ‘항소 필요 입장’에 대해 정성호 장관과 이진수 차관이 불허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로 확인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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