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찬이냐 김선동이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7-26 12:21:23
국민의힘은 26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6개 시·도당 위원장을 추가 선임했다.
대구시당은 양금희 의원, 경북도당은 송언석 의원, 강원도당은 박정하 의원이 각각 위원장을 맡았다.
광주시당은 주기환 당 대표 특별보좌역, 세종시당은 송아영 세종을 당협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김화진 전남도당 위원장은 연임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부산(전봉민 의원), 인천(배준영 의원), 대전(이은권 전 의원), 울산(이채익 의원), 경기(송석준 의원), 충북(이종배 의원), 충남(홍문표 의원), 전북(조배숙 전 의원), 경남(최형두 의원), 제주(허용진 변호사) 등 10개 시도당 위원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17개 시도당 위원장 가운데 서울시당 위원장을 제외한 16개 시도당 선임이 완료됐다.
서울은 8월 초에 구상찬 전 의원과 김선동 전 의원의 경선 후 승자가 시당위원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총선에서 시·도당 위원장은 지방선거 때처럼 직접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오는 10월쯤 실시할 예정인 당무 감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다. 당무 감사 결과가 공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탓이다.
따라서 누가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서울에서의 총선 성적표가 달라질 수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분류되는 서울지역의 선거구는 모두 49개로 이곳 성적표가 총선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49개 선거구 중에서 고작 8개 선거구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그나마 국민의힘은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비강남, 강북 지역구는 권영세 장관이 출마한 용산이 유일했다.
이런 상황이 재연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비강남, 특히 강북권에서 승리해야만 윤석열 정부가 개혁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
그러면 구상찬과 김선동 가운데 누가 서울시당 위원장 적임자일까?
먼저 구상찬 전 의원부터 살펴보자.
그의 정치 역정을 보면, 성공한 정치인은 아니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강서구 갑에 출마해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인 통합민주당 신기남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것이 유일한 성공담이다.
이후 줄줄이 낙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해 원외 위원장으로 임명되었고, 유승민 대선 캠프에서는 조직 2 본부장을 맡는 등 뿌리 깊은 유승민계로 활동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할 때에는 이준석, 하태경, 오신환 등과 함께 발기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새로운보수당이 자유한국당과 합당 후 미래통합당으로 출범하면서 미래통합당에 입당했고,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강서갑에서 네 번째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정치신인 강선우에게 강서구 갑 선거구 역대 최다득표율 당선자 기록을 헌납하는 참패를 당했다.
반면 김선동 전 의원은 서울에서 관악구와 함께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 두 번이나 당선되는 기염을 토해낸 저력의 정치인이다.
특히 재선 당시에는 도봉(을)에서 강력한 유력후보였던 민주당 유인태 의원을 초선 의원이였던 김선동 의원이 득표 51.2%로 눌러 시사저널이 선정한 차세대리더 정치분야 11위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지난 지방선거 때에는 노도강 중에서 유일하게 도봉구청장 선거의 승리를 끌어내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내년 총선에서 김선동 전 의원이 3선 의원이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누가 서울시당위원장이 되어야 하는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구상찬 전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고, 김선동 전 의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어떨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굳이 결과가 빤한 경선을 치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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