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이준석, 물러나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2-06-30 12:22:5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 심의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급기야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마저 30일 전격 사임하고 이 대표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 대표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선을 확대하는 등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박 실장의 당직 사퇴는 대선 승리 직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지 불과 3개월여만이다.
박 실장은 지방선거 직후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도 동행할 만큼, 이 대표에게는 든든한 우군(友軍)이었다. 특히 박 실장은 당내에서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가교'라는 상징성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다.
박 실장은 임명 당시 이 대표의 비서실장직 제안을 몇 차례 고사했으나,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이 대표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비서실장직 수락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박 실장이 왜 갑자기 사임한 것일까?
박 실장은 이날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저는 일신상의 이유로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라며 ‘일신상의 이유’를 사퇴 결심의 배경으로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손절'을 의미하는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22일 윤리위 징계 심의가 열리기 전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공개 면담을 두 차례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 역시 그런 차원일 것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이준석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일까?
검찰총장 출신의 그로서는 아무리 집권당 대표라고 해도 윤리위에서 징계절차가 개시된 이 대표의 추악한 혐의를 감싸고 보호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설사 당 윤리위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눈감아 주더라도 이미 경찰이 나선 마당이어서 이를 백지화하기는 어렵게 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아이카이스트 의전 담당자였던 장 모 씨를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장 씨는 김 대표 지시를 받고 이 대표에게 직접 ‘성 상납’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이 대표의 운전기사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그런 혐의가 있는 자를 당 대표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차기 총선에서 참패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거리를 두려는 이유다.
사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심지어 자신의 추악한 행위에 대한 윤리위의 당연한 징계절차를 ‘꼰대들이 젊은 당 대표를 몰아내려는 술수’라는 황당한 프레임을 만들어 전선을 의도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당내 일부 젊은 정치인들은 그런 술수에 놀아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최고위원회 구성 문제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탓이다.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징계 결론을 내리면 이 대표 측이 최고위 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하는 절차를 밟아 윤리위 결정을 무력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하는 것은 그런 ‘꼼수’를 염두에 둔 탓일 게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안 의원에게 추천권이 있는 만큼 당 대표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윤리위 징계를 백지화할 힘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사필귀정이다.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나는 것 역시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이다.
그러니 고립무원 상태에서 당 윤리위로부터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기 전에 스스로 대표직을 사임하고 반성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라. 젊은 정치인을 위한 선배의 마지막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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