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거버넌스] 서울 강남구, 민·관 협업정책 활발
일자리·주민공간·재능기부… 민·관협력이 일상 되는 플랫폼 모델 만든다
교회 유휴공간에 '키즈카페' 개설… 취·창업 교육공간도
기부된 신발·의류 재활용 자재로 '모두의 운동장' 조성
작년 장학금 90% 지역 기탁금… 하반기 전액 외부기금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 2026-01-08 13:01:36
[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벽을 문으로 바꿨더니 길이 열렸습니다.”
‘민선8기 강남구’가 민관협력을 통해 이뤄낸 변화를 정리한다면 이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취임 이래 민간과 공공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협력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 경영인, 교수, 구의원 등 다양한 이력을 쌓으며 얻은 유연한 사고와 실용적 문제 해결 능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행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조 구청장은 민간 분야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는 ‘콜라보레이션’에 주목했다. 민간과 공공이 각자의 장점을 살린다면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민간의 지역자원을 연계해서 정책을 함께 추진하면 비용이나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만든 정책이 한번 지역사회에 잘 뿌리내리면 자생력을 갖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강남구는 종교시설 및 기업 등과 손잡고 일자리 창출부터 주민 편의시설 조성, 재능기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 세대별 일자리 지원, 민간과 맞손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내 기업의 채용계획인원은 46만7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이상 감소했다.
게다가 최근 기업들이 업무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면서 사회 초년생 청년이나 새 분야에 도전하는 신중년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구는 이러한 상황에 주목해, 민간과 손잡고 청년과 신중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취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현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미래산업 취·창업 아카데미’다.
교회가 있는 역삼동은 강남구 내에서도 2030 청년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지만 이들을 위한 교육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구는 교회와 협약을 맺고 약 264㎡ 규모의 교육관을 청년 취·창업 프로그램 운영 장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사용률이 낮은 평일 낮에 진로 탐색, 적성별 취업 역량 강화, 멘토링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자 450여명의 청년이 참여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받은 청년 중 절반 이상이 취·창업에 성공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로 효과도 좋다.
그런가 하면 하나금융그룹과 민관협력으로 조성한 신중년 디지털 일자리센터는 4060세대에 특화된 취업 지원시설이다. 구에서 공간을 제공하고, 하나금융그룹이 인테리어 및 운영 비용을 지원해 탄생했다. 이 같은 시설을 운영한 것은 강남구가 서울시 자치구 중 최초다. 지난해까지 총 71개 과정을 운영했으며, 수료생 중 260명이 취업 또는 창업에 성공하며 인생 2막을 활짝 열었다.
■ 민간 공간·자원, 주민 편의시설로 재탄생
지난해 12월부터 대치동 성은교회에는 어린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2000명 가까운 영유아 인구에도 불구하고 공공 놀이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치동에 키즈카페가 문을 연 것이다.
강남구와 성은교회의 협력으로 탄생한 이 시설은 교회가 유휴공간으로 남아 있던 어린이 예배실을 10년간 무상 제공하고, 구는 리모델링 및 시설 조성을 맡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부지 가치를 환산하면 연간 9000만원에 가까운 임대료를 절감한 셈이다.
개포동의 오래된 공원이 ‘모두의 운동장’으로 산뜻하게 탈바꿈한 것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나이키코리아가 함께한 민관협력의 결실이다. 나이키가 소비자들로부터 기부받은 신발과 의류를 재활용한 친환경 자재는 운동장의 바닥재와 물품 보관함, 벤치 등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목할 점은 협력이 시설개선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의 건강한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까지 확장됐다는 것이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생활체육 프로그램 ‘액티브 모두’는 전래놀이, 공놀이, 팀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 표현력과 신체감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시설개선도 민관협력을 통해 추진 중이다.
욕실 전문기업 로얄앤코(주)와 협력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중화장실에 ‘장루·요루 장애인 전용 시설’을 도입한 것이다.
장이나 방광 기능이 손상된 사람을 위한 보조장치인 장루·요루는 일정 시간마다 주머니를 비워야 한다. 하지만 전용 시설이 부족해 이용자들이 외출을 꺼리는 등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구는 도산공원과 세곡천 물맞이공원 화장실을 시작으로, 전용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나눔과 참여
구의 민관협력은 이제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족한 ‘강남 시니어 재능플러스단’은 노인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배우, 의사·한의사, 대학교수, 예술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100명의 단원들은 건강상담, 문화예술 워크숍, 멘토링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한편, 젊은 세대와 적극 소통할 예정이다.
한국세무사회, 신한은행 등 금융 전문가와 협업해 운영한 ‘찾아가는 세무상담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축제, 전통시장 등 구민들이 많이 모이는 현장을 방문해 다양한 유형의 세금에 대한 정보와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는 금융 지원 정책을 홍보했는데, ‘어려운 세법을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줘서 골치 아픈 세금 문제를 해결했다’, ‘비과세 요건이나 단독·공동 명의에 따라 달라지는 세금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부분을 맞춤으로 상담해 줘서 유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납세자 권익증진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민관협력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강남형 장학사업 역시 민관협력이 제도적 기반 위에 안착한 사례다. 정부나 서울시 장학제도가 저소득층 위주로 운영되면서 강남구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 특히 재원 마련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점이 특징이다. 그 결과 지난해 지급한 장학금의 90%를 기탁금으로 충당했으며, 하반기에는 장학금 전액을 외부 기금으로 마련해 예산 부담은 크게 줄이고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다.
조성명 구청장은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민관협력이 일상이 되는 플랫폼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는 관(官)이 모든 것을 설계하고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이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과 협력 과제를 먼저 제안하고 행정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의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완화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과 지역자원을 연결하는 연결자이자 조력자의 역할을 행정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강남구가 축적해 온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수평적 민관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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