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연일 이재명 비판 수위 높여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7-10 12:53:43
“李, 팬덤정치 말고 민심 지지받는 정치 하라”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이재명 의원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9일 이재명 의원을 향해 “강성 팬덤이 아니라 민심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린아이에게 과자를 주는 것을 유아 성추행범으로 모는 것이 ‘비난’이고 집 앞까지 찾아와 주소를 공개하는 것이 ‘억압’에 불과하냐”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의원의 일부 강성 지지층은 박 전 위원장의 과거 영상을 공유하며 ‘아동 성추행’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 8일 “영상 속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봐왔던 사랑으로 돌본 아기였다. 저를 아동 성추행범으로 모는 것은 아이와 아이 부모, 저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또 박 전 위원장은 “한 남성 유튜버가 제가 사는 집이라며 주택 앞에 서서 1시간 가량 저를 비난하는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유튜버 영상에는 박 전 위원장 집주소가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저는 유튜버의 범죄 사건 이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하면서 “또금만 더 해두때여” 등의 메시지를 남긴 것을 두고 “저를 억압하면 안 된다고 메시지를 낸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 트위터 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박 전 위원장은 많은 가능성을 가진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비난과 억압은 민주당의 언어가 아니다”라며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이후 다음날 새벽 지지자들과 트위터에서 소통하면서 “가족들이 민주당원 가입할 때 추천인에 ‘이재명’을 썼다”는 글에 “또금만(조금만) 더 해두때여(해주세요)”라고 적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새벽에 올린 트위터를 보며, 어제(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과연 진심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아 성추행범으로 모는 것과 집 앞에 찾아와 주소를 공개하는 것은 비난과 억압이 아닌 폭력이고 어떤 폭행으로 이어질지 모를 범죄”라고 했다.
이어 “우리 당 의원님들께 말씀드린다”며 “폭력적 팬덤은 민주당에도, 이 의원께도 위험하고, 제게는 보다 실질적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7일에는 이 의원을 향해 “저를 장식품으로 앉혀 놓으신 것이냐. 이재명 의원께서 직접 답변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한뜻으로 “폭력 행위를 멈추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의원은 “박 위원장은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감쌌고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세대 당권 주자들도 여성 청년 정치인에 대한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강성당원으로 알려진 한 남성 유튜버가 박 전 위원장의 자택 앞에 찾아가 비난 방송을 한 사건을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하기로 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 차원에서의 관련한 진상조사와 적절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이 사안을 윤리감찰단에 회부하려 한다”며 “우리 당은 특정인에 대한 폭력 또는 혐오 공격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원칙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사이버 공격과 범죄, 특정인 신상털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사안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97세대 의원들도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병원 의원은 “이것은 민주주의도, 표현의 자유도, 정당한 정치적 의사 표현도 아니다”라며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반민주주의적 폭력이자 여성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다.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훈식 의원도 “도를 지나친 행위”라며 “좌표 찍기, 집단 괴롭힘, 스토킹과 같은 폭력 행위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 여성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불안을 느껴야 한다면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여성 정치인을 향한 사이버불링과 각종 폭력을 즉각 중단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SK(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은 그간 온라인 폭력을 방기해온 당의 자성과 변화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신상털기, 집 주소 공개, 집 앞에서 일종의 사이버 협박을 일삼아온 동작 권리당원 모씨의 행동은 명백히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폭력은 그동안 민주당이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사이버상의 지나친 비난을 방기해온 결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축적된 비난이 사이버폭력의 성을 만들었다. 저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내지 못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엄중히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의원들도 잇달아 목소리를 냈다. 첫 여성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상희 의원은 SNS에 글을 올리고 “한 남성 유튜버는 집 앞까지 찾아가 1시간가량 공개 스트리밍 방송을 했다니 이 정도면 박 전 위원장은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지 않았겠냐”며 “이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원내대변인인 이수진 의원 역시 “악의적 트집 잡기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고 집 앞까지 와서 비난 방송을 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폭력”이라며 “폭력은 민주당의 정치문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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