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꼼수 탈당’에 내부서도 비판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4-21 12:55:00
조응천 “‘검수완박’ 위한 무리수...국민시선 두렵다”
이상민 “정치 희화화...헛된 망상, 패가망신 지름길”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면서 ‘꼼수 탈당’과 같은 전례 없는 무리수를 동원하는 데 대해 당내에서마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21일 자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처리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 데 대해 "무리수다. 국민의 시선이 두렵다"고 개탄했다.
논란은 민형배 의원이 전날 오후 민주당을 전격 탈당하면서 시작됐다. 민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할 법사위 소속이다. 이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를 무력화해야 할 민주당이 무소속 의원 추가 배치를 위한 포석을 놓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권자 시민께 보고드립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탈당 이유에 대해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역할에 대비하려는 뜻”이라며 “수사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 낸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하는 길에 들어선 뒤 처음으로 민주당을 떠난다”면서 “낯설고 두려운 길이다. 외롭지 않게 손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민 의원은 탈당하면서 무소속 법사위원으로 배치됐다.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합법적 의사 진행 지연 수단인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안건조정위는 여야 각 3인으로 구성되는 만큼,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 1명을 무소속에 주겠다며 민 의원으로 지정하면 조정위는 4대 2의 구성이 되면서 사실상 무력화된다.
애초 민주당은 자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안건조정위 무력화에 동원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으나, 양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꼼수 탈당’ 카드까지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내 대표적 소신파인 조 비대위원은 지난 18일 자당의원들에게 친전을 돌려 검수완박 입법이 검찰의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권한마저 없애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 비대위원은 "위성정당에 대해서 대선 기간에 이재명 후보가 몇 번 사과하고 반성했지 않나. 그런데 얼마 됐다고 또 이런 탈당까지 무리수를 이렇게 감행하는가"라며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실지 좀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연 지금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법, 혹은 검찰정상화법, 그게 과연 만사를 제쳐두고 이런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해야 할 만큼 절박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법안의 맹점으로 문제삼았던 보완수사 권한 폐지와 관련해선 "이렇게 바뀌게 되면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이의를 하더라도 사건은 검찰로 송치가 안 된다. 그리고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를 할 수는 있는데 경찰은 (말을) 안 듣는다"라며 "경찰이 내 결정이 맞다라고 결정을 유지하고 송치를 거부하면 검찰은 아무 처분도 할 수 없고 항고도 안 되고 제기도 안 되고 제정 신청도 안 되고 결국은 범죄 피해자가 재판을 받을 권리, 자기 피해에 대해서 법관에 의해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양향자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민 의원 탈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 의원은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어 “법이 보장하는 한도에서 입법권자의 한 사람인 국회의원의 의무와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며 “내가 사랑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민주당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개혁은 시대적 소명이지만 좀 더 숙고하자”며 “국회도 제 역할을 하는지 성찰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내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이렇게 정치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지켜보고 있다”며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분별력 있게 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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