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성 목소리 내면 곧바로 공격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3-17 12:59:41

강경파 득세...“입바른 소리 해봐야 소용없다” 무기력 호소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쇄신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내분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국회와 지방의회를 틀어쥐고도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은커녕, 자성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향해 공격하며 내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한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을 공개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광주 현장 비대위에서 나온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라며 "개인적 소견은 무엇이라도 낼 수 있지만 지금 이 시기 민주당 비대위원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너무나 중요하다. 특히 내부 비판에 관한 것이라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주요 인사들은 누구든 '분열 없는 비판'이라는 대원칙 아래 정돈된 주장을 해야 한다"며 "하물며 비대위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 내용도 품위도, 예의도 없는 정돈되지 않은 주장들이 비대위원의 이름으로 튀어나오는 걸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향해 채 위원을 사퇴시킬 것을 촉구했다.


민 의원은 "이런 말들을 제어할 수 없다면 윤 위원장은 자격 미달"이라며 "채 위원을 즉각 내보내시라. 만약 사퇴시키지 않아도 된다면 그에 어울리는 변명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채 위원은 전날 광주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마지막 사과 기회를 놓쳤다"라며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누구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가'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6월 지방선거를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파열음이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두관 의원은 연일 '이재명 역할론'을 강조하며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기로 했으면 윤호중 원내대표도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당에게 있어 선거는 전쟁인데, 그 전쟁에서 이적행위를 한 사람은 모두 징치하는 게 순리"라며 "윤석열 지지를 표명했던 당원들을 모두 발본색원하고 두 번 다시 민주당 언저리에 근접도 못 하게 만들어야 손상된 당원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이 불편해하는 지적을 하면 '배신자' 등의 거친 비판이 따르기도 한다.


당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은 전날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얘기는 허언성세", "내로남불, 오만과 독선을 극복해야 한다"라고 하자 김우영 전 선대위 대변인은 "배신 반복자"라고 공세를 취했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도 쏟아진다. 이 의원의 휴대폰에는 '저쪽(국민의힘)으로 가라'는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백 통씩 들어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선 입바른 발언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무기력을 호소하기도 한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대선 패배 후 벌써부터 강경한 목소리들로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향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등에 업은 강경파가 득세하는 모양새”라며 “이러다 정당 혁신은 고사하고 대선 때보다 못한 당으로 후퇴할 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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