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그 결과는?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1-14 13:20:51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아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대표를 꼽은 응답자가 무려 21%에 달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2위에서 5위까지는 모두 여권 인사들이 차지했으며 민주당 인사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고작 2%대로 하위권에 겨우 이름을 올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에게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2위는 13%를 얻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나란히 4%로 공동 3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신당 창당설이 불거진 이준석 전 대표가 3%로 5위를 차지했다. 5위 권내에 진입한 민주당 인사는 이재명 대표가 유일하다.
다음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각각 2%,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의 지지도를 기록했다.(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여권에선 인재풀이 넘쳐 나는 데 비해 야권에선 이재명 대표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민주당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이재명 대표가 무너지면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현재 온갖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혐의도 수두룩하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지연 전술로 설사 총선 전에는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더라도 대선 이전에는 어느 것 하나라도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대선에 출마하기 어렵다. 결국, 급하게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지지율 1~2%대에 불과한 주자를 내세워서 지지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권 주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이게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어버린 정당의 암울한 미래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는 ‘황제’나 마찬가지다. 당헌-당규도 그에게는 예외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은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이 대표는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에 해당하는 배임죄로 기소됐기 때문에 당직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모든 수사는 정치탄압이라는 게 이유다.
그래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한 당헌 80조 3항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무위는 당 대표가 의장을 맡기 때문에 사실상 이재명이 이재명 징계를 취소하는 의결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형식적인 절차마저 거치지 않았다. 그러니 ‘황제 대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총선을 앞두고 인재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기도 했다.
통상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인재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당내에 있는 인재를 키운다는 의미에서 인재위원회를 만든다고 했다.
당내에 있는 인재라. 그건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인재’로 뽑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재명 대표, 즉 황제에게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그런 정당에 누가 감히 그를 제치고 “내가 새로운 대권 주자”라며 깃발을 들고 나설 수 있겠는가.
그러다 공천 학살을 당할지도 모르는 데.
이게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다. 그를 당 대표로 뽑은 대가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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