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의 ‘오세훈 죽이기’는 자충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6-18 13:40:24

  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이 18일 당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 명당'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주류 일부에서 나경원 의원을 당 대표로 옹립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더라"는 진행자 말에 "들은 바도 없고 저는 주류세력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동혁 대표가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류로 엮이는 게 좋을 것 없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나 의원은 "다음 총선은 바로 그다음 대선도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라며 "그런 면에서 저의 경험이 당에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한다"라고 당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진행자가 "장동혁 대표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고 생각하냐"라고 묻자 나 의원은 "그런 부분에선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고 본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당내에서 6·3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 등 ‘장동혁 책임론’이 거세지자 나 의원이 장동혁 이후의 당 대표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나 의원 이외에도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또 있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도 그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장동혁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는데 막판에 안 의원이 “방향성이 이견이 있어 성명에 연명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빠진 것은 장동혁 지지자들의 표를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도당위원장 김선교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김성원·송석준·김은혜·김용태·유의동 의원 등 경기도 지역구 의원 전체 명의로 장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안 의원이 갑자기 빠지겠다며 또 ‘철수’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러나 안 의원이 빠진다고 해서 장 대표 사퇴 촉구 목소리가 잦아들 것 같지는 않다.


전날 의총에서도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송언석 의원은 의총장에서 “(장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를 책임지고 물러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선 “(장 대표가) 만약 사퇴를 안 하면 ‘찌질이’ 소리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계파색이 옅은 박형수 의원이 의총에서 “무딘 칼로는 민주당을 비판해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무딘 칼로는 2028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라는 취지로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할 때는 의원들의 박수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한홍 의원 역시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 지도부가 일단 물러나는 게 정치인으로서의 성장 과정”이라며 장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4선 중진인 이종배 의원과 신성범, 권영진, 조은희 의원 등도 줄이어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물론 이번에 장동혁 대표의 배려로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단 이진숙 의원과 당 대표 비서실장인 박태준 의원 등 두세 명 정도가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 했으나 분위기는 사퇴해야 한다는 쪽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일까?


앞서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을 당에서 제명할 때만 해도 일부 반발이 있었으나 그런 의견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장동혁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렇게 압도적 다수의 목소리로 변한 것일까?


당내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오세훈 시장에게까지 칼을 겨누고 끌어내리려는 황당한 모습을 보인 까닭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물론을 앞세운 오세훈 시장의 선전으로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정당지지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마당에 오세훈을 끌어내리려는 그를 보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장동혁 대표의 ‘오세훈 죽이기’는 성공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 생명만 단축하는 자충수였던 셈이다. 이제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지지자들은 물론 오세훈 지지자들로부터도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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