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건들지 말라?…헌재가 깡패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2-27 13:46:34

  주필 고하승



감사원은 27일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를 보면 가관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서울선관위 등 7개 시도선관위에서 전 사무총장 등이 가족·친척채용 청탁과 면접점수 조작·인사 서류 조작 등 다수의 비위를 통해 특혜채용을 진행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3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선관위 특혜채용은 주로 국가공무원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채용(경채) 과정에서 발생했다.


감사원이 2013년 이후 시행된 경채 291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모든 회차에 걸쳐 무려 878건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선관위 고위직·중간 간부들은 인사담당자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연락해 채용을 청탁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망설이거나 부끄러운 기색조차 없었다.


중앙선관위 김세환 전 사무총장(장관급)은 2019년 아들이 인천 강화군 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원이 없는데도 경력 채용 인원을 배정하고, 아들의 신상과 일치하는 공고와 다른 기준으로 서류 심사하도록 유도했으며, 시험위원도 자신과 근무한 적이 있는 내부위원만으로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디 그뿐인가. 인천선관위는 김 전 사무총장 아들의 전보를 위해 재직기간 요건을 축소하고, 관사 제공 대상이 아닌데도 지원했다.


중앙선관위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은 2018년 딸로부터 충북선관위로 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 충북선관위 담당자에 전화해 본인 신분을 밝힌 뒤 단양군선관위에 추천해달라고 자녀채용을 청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중앙선관위 박찬진 전 사무총장은 사무차장이었던 2022년 당시 자녀가 경력 채용에 합격해 직접 전입 승인 결정을 하고도 중앙선관위에 알리지 않았다가, 자녀채용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뒤늦게 사실을 시인했다.


경남선관위와 서울선관위는 2021년 경력 채용에서 면접 시 점수란을 내부위원에게 연필로만 작성토록 하고 이후 점수를 변경해 정당한 순위자를 탈락시키고 청탁받은 사람이 합격 되도록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마치 조폭이나 되는 것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이 같은 채용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선관위가 ‘독립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만행을 지켜보던 감사원이 2023년 6월 1일부터 2025년 2월 25일까지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에 대한 직무감찰을 시행했다. 그 결과 엄청난 비리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날 선관위가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인용을 결정했다.


실제로 헌재는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은 헌법과 선관위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앞으로 선관위가 이런 비리를 저질러도 감사원은 직무감찰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이는 헌재가 아예 대놓고 선관위에 마음대로 그런 비리를 저질러도 된다며 ‘비리 면허증’을 발급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동안은 세상의 보는 여론을 의식해 ‘쉬쉬’하며 야금야금 비리를 저지르던 선관위는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더 심각한 비리를 저지르게 될 것 아니겠는가.


헌재의 이런 결정은 마치 조폭을 옹호하는 깡패의 모습을 닮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과연 이런 깡패 같은 헌재, 조폭 같은 선관위를 비호 하는 헌재가 필요할까?


부정부패의 온상인 선관위를 이대로 놔두어도 되는 것일까?


아니다.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개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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