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내란죄 삭제’ 꼼수…왜?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1-07 13:47:50
내란죄 등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돼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는데, 정작 국회탄핵소추단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사기 탄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수단체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서에서 '내란죄'가 제외된다면 국회 탄핵 의결이 무효가 된다"며 "사법 재판의 기본을 벗어난 것으로 이른바 '소추 사기'로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권 6당이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가결한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탄핵의 첫 번째 사유로 짚었다. 한마디로 탄핵의 핵심 사유를 ‘내란죄’로 명시한 셈이다.
그런데 국회탄핵소추단은 최근 ‘내란죄 혐의’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재표결절차도 거치지 않고 제멋대로 탄핵소추안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정형식 재판관이 국회 측에 “비상계엄 관련 위반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 등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한다는 취지냐”고 묻자, 국회 측은 “사실상 철회한다는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민주당 스스로 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고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민주당은 계엄 직후부터 걸핏하면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내란 수괴', '내란동조 집단' 등 '내란 딱지 붙이기' 행태를 계속 자행해 왔다. 그런데 입만 열면 이처럼 ‘계엄은 내란’이라고 떠벌리던 민주당이 왜 갑자기 돌변한 것일까?
그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첫째는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재판이 끝나기 전에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먼저 끝내려는 의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려는 민주당을 향해 대선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라고 비판한 것은 그런 연유다.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3심과 위증교사, 불법 대북송금, 대장동 특혜개발 사건 등 엄청난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기 전에 조기 대선으로 직행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둘째는 비록 비상계엄이 잘못된 판단이기는 하나 그것을 ‘내란’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상계엄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고, 그 조건에 부합하느냐 아니냐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엄령 발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게 다수설이다. 국회의원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위헌법률을 제정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는 것처럼 대통령의 오판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이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내란죄를 넣으면 헌법재판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 따라 내란죄를 삭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탄핵은 중대한 헌법적 절차이다. 그렇게 얼렁뚱땅 탄핵소추안에 개인이 마음대로 탄핵 사유를 넣었다 뺐다 할 수는 없다. 특히 간단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도 1심만 무려 2년 2개월이나 걸렸는데 탄핵처럼 복잡한 사안을 심도 있게 심의하지 않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대충 결정하기 위해 내란죄를 삭제한다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뺀다면서도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내란동조 사유로 탄핵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에 대해 “내란이 없다면서 내란동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라면서 "본인 집권을 방해하면 내란이고, 본인 집권에 유리하면 내란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이에 답해야 한다. ‘내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헌재인가, 아니면 범죄피의자 신분인 이재명인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