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혐의자 구제 나선 민주, 이게 무슨 짓인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1-30 13:51:07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내년 총선 공천심사를 앞두고 재판에 넘겨졌거나 성폭력·음주운전·금품수수·채용비리·갑질 등 중대 비위에 연루된 현역의원들에게 소명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선출직평가위는 공문에 “위원회는 형사소추 내용과 공직윤리와의 관련성, 소명의 내용 등을 검토하여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감점하지 아니하거나 감점을 달리 정할 수 있다”라는 제21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 규정도 소개했다.


한마디로 재판 중인 피의자나 수사 대상자들에게 ‘소명서 제출’이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 주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사실상 범죄 피의자 신분인 이재명 대표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019년 본인 재판 관련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도 이런 공문을 받았고, 소명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지난 29일 1심 선고를 받은 황운하(징역 3년) 의원도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밖에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소명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아마도 가장 큰 골칫거리는 황운하 의원일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경우 당 지도부가 해당 인사를 설득하거나 징계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차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중한 여러 범죄 혐의를 받는 당 대표가 버티고 있어서 그럴 수도 없다.


황 의원은 1심서 3년형을 선고받자 “윤석열 정권의 황운하 죽이기 보복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자신의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이재명 죽이기 수사”라고 항변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 의원을 컷오프 하면 이미 부패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따라서 민주당은 소명서를 거둔 뒤에 당 대표와 비슷한 취지로 대부분 봐주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현재 당내에는 기소되거나 수사받는 사람이 40여 명에 달해 이들을 건건이 판단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당 대표 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40여 명의 범죄 피의자와 혐의자들을 모두 구제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국민의힘에서 추진하는 ‘금고 이상 전과가 있는 자에 대한 공천 원천 배제’와 대비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올해 당무감사 기준으로 '도덕성' 항목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국민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도덕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지난 5월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 한 결과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쪽이 더 도덕적이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국민의힘”이라는 응답이 37.6%, “민주당”이라는 응답이 21.3%로 나타났다.


이런 인식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결코 민주당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비록 무능하지만, 도덕성에 있어선 여당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제는 무능한 데다가 도덕성마저 낮은 정당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이게 모두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탓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당원의 66.2%는 민주당의 도덕성이 더 낫다고 답했다.

 

이게 더 큰 문제다.


국민은 민주당의 도덕성을 낮게 평가하는데 당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도덕성을 더 높게 보고 있으니, ‘깨끗한 정치’를 아예 생각조차 안 하는 거다.


민주당이 중대범죄 피의자나 연루자들에게 ‘소명서’라는 요식행위를 거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려는 것도 그런 잘못된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양이원영 의원이 "민주당은 도덕주의가 너무 강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그런 연유다.


진흙탕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 몰골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 꼭 그런 모양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