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과 이탄희의 ‘험지 출마’ 비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1-28 13:55:19

  주필 고하승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당이 가라는 곳으로 가겠다며 ‘험지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런 모습은 험지 출마하겠다더니 전날 느닷없이 같은 당 소속 최재형 의원의 지역구인 종로 출마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너무나도 비교된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저부터 기득권 내려놓겠다. 다음 총선에서 저의 용인정 지역구에 불출마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결단을 위해서라면, 그곳이 어디이든, 당이 가라는 곳으로 가겠다. 우리 당이 고전하는 험지 어디든 가겠다”라고 했다.


정치인으로서는 하기 힘든 이런 결심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 훼손되는 민주당의 본질을 지키기 위함이다.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금지’가 민주당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내심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영 상임고문과 만난 자리에서는 병립형으로 하면 민주당이 180석도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탄희 의원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 불출마와 험지 출마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그에게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낸다.


앞서 민주당 의원 53명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이른바 '위성정당 금지법'을 당론 촉진하자고 재차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사실 이재명 대표는 그래선 안 되는 사람이다.


그는 대선후보 당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다당제 기반 정치개혁을 약속했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2022년 2월 27일 밤에 의원총회를 열고 위성정당방지법 등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한 방안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180석도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신의 약속을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걸 용납할 수 없는 이탄희 의원은 그래서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어떤가.


부산을 떠나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큰소리치더니 당 지도부와 상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당 지도는 지금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중진 의원의 희생적인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보궐선거로 당선된 0.5선 최재형 의원의 지역구에 눈독 들이면서 “넌, 비켜” 하는 것처럼 비치는 까닭이다.


더구나 하태경 의원은 종로를 ‘험지’라고 우기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16대부터 18대까지 박진 현 외교부 장관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내리 3선을 했으며,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봐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당선자를 배출했다. 특히 지금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지역구를 관리하는 상황이다.


그의 종로 출마 선언은 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비윤계 일각에선 부산 해운대 갑이 지역구인 하태경 의원의 서울 출마 주장을 희생적 결단으로 포장해왔다. 그런데 종로구 출마 선언으로 그런 포장이 무색해졌다.


최재형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닌데 같은 당 소속 의원이 관리하던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니 당내에서는 생뚱맞은 반쪽짜리 결단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가려면 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에 가야 한다는 거다.


하태경 의원의 이상야릇한 ‘험지 출마’와 이탄희 의원의 희생적인 ‘험지 출마’가 묘하게 대비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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