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어른들의 작은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6-05-26 13:57:07
아동학대는 뉴스 속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범죄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112 신고 현장과 지역 순찰 중 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때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출동 경찰관을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과 위축된 행동에서 위험 신호가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 울음소리가 너무 심하게 들린다’, ‘아이가 혼자 길을 돌아다닌다’와 같은 이웃 주민의 112 신고로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가정불화나 단순한 성장 과정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확인해보면 아동학대 혐의가 밝혀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자신이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인지를 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 어른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동학대’라고 하면 심각한 폭행, 납치, 성범죄 등을 생각하지만, 아이를 향한 반복적인 폭언과 위협, 장시간 혼자 두는 행위, 기본적인 식사와 위생을 돌보지 않는 행동 등,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위 역시 분명한 학대다. ‘훈육’이라는 말로 정당화되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지속적인 공포를 주는 행동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두려움 속에서 성장할 때 신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순찰 중 놀이터나 주택가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계절과 맞지 않는 옷차림, 유난히 어른의 눈치를 보는 행동, 반복되는 비행 행동과 늦은 시간대의 배회 등 작은 변화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이런 신호들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구조 요청일 수 있다. 실제로 주변 이웃의 관심 어린 신고 한 통으로 위험한 환경에서 벗어나 보호를 받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사사로운 문제라고 외면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거나, 학대가 의심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112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신고는 누군가를 무조건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동의 안전을 먼저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설령 해당 신고 내용을 확인하여 보니 오인 신고였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분명하게 확인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신고자의 정보는 법적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작은 관심이다. 아이 한 명을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과 용기 있는 신고는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 있는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아동학대는 침묵할수록 반복되고, 피해 아동은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무기력하게 가라앉게 된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작은 신호에 조금 더 민감하게 귀 기울일 때 아이들은 비로소 안전한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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