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安 ‘양강’ 구도…최대 변수는 윤상현?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1-29 13:58:41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40 여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당권 구도는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싱거운 선거가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나경원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급부상하면서 이제는 ‘2강 1중’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김기현’-‘안철수’ 못지않게 ‘윤상현’ 검색량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에 맞서 ‘윤당(윤상현-당원)연대’라는 이름으로 당원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는가 하면, 영남권 연대에 맞서 수도권 연대를 강조하면서 ‘윤안(윤상현-안철수)연대’라는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런 메시지가 그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고, 그 관심이 고스란히 포털 검색량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 검색량 비중이 높아지면 그로부터 10일 전후에 그 결과가 여론조사에 반영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의 지지율은 1주일쯤 지나면 눈에 띄게 상승할 것이다.
물론 그 오른 수치가 얼마나 될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지만, 그가 이번 전대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윤상현 의원이 뒤늦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경원 전 의원의 지지율을 흡수할 요인이 가장 높은 당권 주자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경원 전 의원 지지자들과 윤상현 지지자들은 성향상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나 전 의원 지지자들은 그가 비록 탄핵에는 앞장섰으나 다른 탄핵파 정치인들처럼 당을 깨고 나가 바른정당에 참여했다가 그 당이 망하자 돌아온 ‘탄돌이’가 아니라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따라서 나경원 지지자들은 대체로 친박 성향의 당원들과 정통 우파 당원들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친박성향이든 정통 우파든 거리감 없이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철수 의원은 친박 성향의 지지자들은 거부감이 덜하겠지만, 정통 우파 지지자들은 뿌리가 민주당인 안 의원에게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선언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지금쯤 윤상현 의원이 3강 구도를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윤 의원 측에서 볼 때 나경원 전 의원의 뒤늦은 불출마선언이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면 전당대회 상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윤상현 의원이 급부상하더라도 이미 굳어진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를 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2강 1중’ 구도로 급속히 재편된다고 해도 윤상현 의원이 결선투표에 진출할 확률 역시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윤상현 의원이 전당대회의 막판 최대 변수가 될 것이고, 판도를 뒤집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만일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면 윤상현 의원의 지지 표심을 끌어안는 쪽이 승리하게 될 것이고, 그러자면 모두 윤상현 의원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선투표를 앞두고 윤상현 의원을 향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구애가 더욱 깊어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따라서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윤 의원은 사무총장 등 중요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김기현 의원이 ‘김장연대’를 통해 장제원 의원에게 사무총장 내어 줄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 내홍이 극에 달할 것이고 결국 김 의원은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라도 윤상현 의원에게 중책을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는 이미 ‘윤안연대’를 통해 수도권 연대를 공식 천명한 상태여서 윤 의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아직은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윤상현 의원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껑충’ 뛰는 순간 상승세가 탄력을 받으면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긴장하게 만드는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선거란 참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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